"연구자 아닌 노동자죠… 작가는 제 '부캐'입니다"

[인터뷰] '세습 중산층 사회' 저자 조귀동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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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취미 생활인데요.”


대뜸 정체성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그러니까 당신은 연구자인가, 작가인가, 저널리스트인가, 아니면 셋 다인가- 하는 시답지 않은 질문에 그는 “노동자”라고 단호히 말했다. 기자 일을 하면서 ‘가외’로 하는 “부캐 비슷한 일”에 크게 의미 부여하지 말라는 투였다. 하지만 취미 생활치고는 너무 ‘빡세지’ 않은가. 그가 2020년 펴낸 첫 단독 저서 <세습 중산층 사회>는 주석 12쪽, 참고문헌 6쪽에 달하는 우리 사회 불평등에 관한 묵직한 연구서다. 지난해 나온 두 번째 책 <전라디언의 굴레>는 근대화 과정에서부터 한국 사회가 쌓아 올린 호남의 중층적 모순을 통해 지역 문제를 들여다본 역작이다. 두 책을 쓴 작가이며 책날개에서 자신을 ‘13년차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그의 ‘본캐’는 조선비즈 금융증권부 소속 조귀동 기자다.

조귀동 조선비즈 기자가 지난 18일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자신의 두 책을 앞에 두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마스크는 사진 촬영할 때만 잠시 벗었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지금의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문제를 세대가 아닌 세습의 관점에서 분석한 사회과학서다. 코로나19 직전 출간되어 한 달 만에 8쇄를 찍었고, 같은 해 말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 출간 이후 우리 사회 ‘공정’ 담론을 다룬 책으로 함께 주목받으며 지금까지 16쇄를 찍었다. 그래 봤자 “가계 살림에 약간 도움이 된 정도”다.


<세습 중산층 사회>를 쓸 당시 그는 산업부 소속이었다. 책에서 다룬 계층과 불평등 문제가 그의 업무와 별 상관없었다는 의미다. 서강대에서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당시 의뢰받은 20대에 관한 연구를 기초로 과거에 불평등 관련 기사를 쓰며 모아둔 자료 등을 더해 첫 책을 썼다. 처음이 잘 되니 다음은 수월했다. 막연히 생각만 해오던 지역 문제를 주제로 지난해 초 두 번째 책을 계약하고 4~5월 취재한 뒤 3개월 만에 “후딱” <전라디언의 굴레>를 썼다. 그는 “코로나19로 시간을 집중해서 낼 수 있었던 덕분에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나 대학 때 상경한 뒤로 20여년을 서울에서 지낸 그는 취재 과정에서 고교 동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책에서 저발전과 불평등, 정치 우위 사회와 내부의 다원성 부족 등 호남이 안고 있는 다층적 문제를 드러내며 호남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촉구했다. 중앙에 예속되지 않고 지역민 스스로의 의지와 언어로 구축한 담론을 만들자는 것이다. 책에는 최근 대선을 앞두고 급부상한 ‘광주 쇼핑몰’ 논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분석도 담겨 있다. 조 기자는 “호남 문제는 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지방이 겪는 문제이고, 지역 문제는 결국 수도권 문제와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에너지 문제다. 원전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도 발전소가 지어지는 곳은 대개 지역인데 소음과 고압 송전로 설치 등 “골치 아픈 문제”는 모두가 얘기를 피하고, “서울의 화이트칼라들은 지역 문제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들 마뜩잖아하는 얘기”를 하는 자신이 달갑지 않더라도, 책은 잘 팔렸으면 하고 그는 바란다. “지속 가능한 취미 생활”을 위해서다. “책은 남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굉장히 애써서 데이터를 모으고 깊이 있게 들어가는 기사를 써도 잘 안 보잖아요. 기사는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마니까요. 그래서 책 내고픈 욕심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하지만 책 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죠. 팔려야 하니까요. 기자들이 지적 작업을 활발히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 것 같아요. 업계 상황도 안 좋아지고, 지속 가능한 기자질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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