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운이 좋아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경우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아쉽게도 카메라가 없을 때는 눈으로만 찍습니다. 명절, 이 즈음 서울에서 근무하는 많은 사진기자가 가는 곳은 서울역입니다. 사랑이 빈번하게 보이는 장소라 그런 걸까요? 이번 설에도 찾아간 서울역에는 사랑이 많이 보였습니다. 연휴 동안 만나지 못한 사랑하는 이를 오랜만에 만나 기차에서 제일 먼저 내리고, 내리자마자 서로를 꽉 안는 이들. 떠나는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려 두 팔로 하트를 그리는 이들.
그리고 한 시간이 넘도록 기차를 신기해하는 아이를 안고 같은 곳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모습. 그는 아이가 같은 질문을 계속해도 같은 대답을 꾸준히, 다정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역에 귀경하는 시민들을 취재하기 위해 들어설 열차를 기다리기 전부터 취재를 다 하고 돌아선 순간에도 그 아버지는 아이를 품에 두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랑의 크기와 무게가 꼭 비례하지는 않나 봅니다. 서울역을 떠나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 괜히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냥, 딱히 할 말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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