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삼부토건 녹취록 보도 보류' 일단락됐지만…

[게이트키핑 인식 등 남겨]
취재기자, 제작과정서 기사 빠지자
사내 구성원에 이메일로 내용 공유

사측 "취재보도준칙 따른 것"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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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이 '윤석열-삼부토건 유착 정황 녹취록' 기사 논란과 관련한 설명문을 18일 저녁 온라인, 19일자 지면에 게재했다.

한겨레신문의 ‘삼부토건 녹취록 보도 보류’ 결정이 지난 18일 외부로 알려지자 언론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해당 기사가 삼부토건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어서 ‘한겨레가 국민의힘 눈치 보느라 기사를 막았다’는 주장이 나온 반면 정당한 게이트키핑의 결과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한겨레가 어떤 절차와 판단을 거쳐 기사 출고를 보류했는지 설명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이번 사건은 일단락하는 듯 하지만 언론계에선 이를 계기로 게이트키핑에 대한 인식, 뉴스룸 내부의 문제 제기 방식, 기사의 품질과 보도 기준 등을 되짚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삼부토건 녹취록 보도 논란은 지난 17일 김완 한겨레 탐사팀 기자가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밖으로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김 기자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아들인 조시연 부사장이 지난해 11월~올해 2월 사업 파트너와 나눈 대화파일에서 △2005년·2011년 삼부토건 수사 당시 검사이던 윤석열 후보의 역할 △윤석열 캠프와 조시연의 연루 정황 등을 포착해 기사를 썼지만 국장단의 ‘정치적 고려’로 보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가 이메일을 통해 공개한 기사 원문을 보면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게 윤총(윤석열 검찰총장)일 거야. 거기 보면 그때 돈 돌린 거, 회삿돈 가지고 돈 돌린 거, 어디에 투자한 거 다 나와” 등의 대화 내용이 실렸다. 이 발언에 대해 취재기자는 “2005년 고양지청 검사였던 윤 후보가(…)삼부토건의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김 기자는 이메일에서 “16일 오후 1면·5면 기사로 게재한다는 지면계획이 확정돼 이날 지면 제작이 완료되어가던 상황에서 갑자기 기사가 빠지는 것으로 결정이 번복됐다”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18일 저녁 온라인과 19일자 지면에 설명문을 게재하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취재보도준칙을 기준 삼아 기사 출고를 보류했다”고 해명했다.


류이근 한겨레 편집국장도 18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세 차례의 국장단 회의와 에디터 회의를 거쳐 오후 지면계획에 잡았으나 편집회의(부장단 참여)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보류했다”며 “조시연씨 진술이 불명확하다 등 편집위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기사 출고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 출신인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보류 결정 과정이 정상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기자의 문제 제기 방식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집위원회가 정당한 권한을 근거로 보완 취재를 위한 기사 보류를 결정했고, 해당 기자는 그럴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기사를 공개해 일련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부정했다는 게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했다.


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심석태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문제 제기 방식에 대한 평가에 앞서 기사의 품질과 해당 기자가 보도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낮았다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내용 자체가 (…) 상당히 두루뭉술한 전언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순히 그런 발언이 있었다고 해서 그대로 보도해도 되는 사실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워낙 모든 녹취록이 나오면 먼저 입수하는 게 임자라는 식으로 미주알고주알 보도하지만 (…) 이 정도의 녹취록만으로 이런 고발성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탐사나 고발 보도의 기준이 많이 내려간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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