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를 포함한 언론 현업·사용자단체들은 지난해부터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자율기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한, 언론사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신 언론 스스로 허위·조작정보를 거르고 언론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자율기구 설립에 뜻을 모은 언론계는 지난해 연구위원회를 운영한 데 이어 올 초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현재 운영 재원부터 자율규제 대상, 제재 유형, 인센티브 방식 등 구체적인 계획안까지 마련한 상태다.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합동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은 언론계의 자율기구 설립에 견해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찬성한다”고 공언했지만, 윤석열 후보는 언론 스스로 규제하기보다 사법적 절차에 따라 언론 중재를 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윤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허위·조작정보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언론단체들이 추진하는 자율기구에 대한 평가와 견해를 듣고 싶다’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의 질문에 “언론보도가 진실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행정기구나 다른 데서 하는 것보다는 사법적인 절차,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에 준하는 준사법적인 언론중재기구를 통해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여기에 대한 사법적 재단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법적 절차에 따라서 결론이 나오면 거기에 따라서 철저하고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왔다면 아마 지금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허위·조작정보는 법에 따라 규제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말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취지와 다르지 않다. 언론중재법을 반대해온 국민의힘 당론과 모순될뿐더러 지난해 8월 “언론재갈법” “사악한 시도”라고 비판했던 자신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는 언론계가 추진하는 자율규제기구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언론들의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의 의사 형성을 훼손하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나쁜 행위”라며 “엄정한 책임이 가해져야겠지만 한편으로 자율 규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자율규제기구 설립에 긍정적이었다. 이 후보는 이어 “반드시 형사 제재를 통해서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자율 규제 시스템을 갖춰서 가짜뉴스가 없도록, 언론을 이용한 이익을 얻는 행위가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자율적인 규제 방식이 최선”이라며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 보호 방안과 함께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되지 않는 언론중재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민주당이 추진한) 언론중재법 폐기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 법 자체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아주 심각한 것”이라며 “자율기구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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