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경험' 투자 트렌드, 글로벌 미디어 산업 10년 지배할 것"

[해외 미디어 돋보기] (2) 국제뉴스미디어협회 '미디어 구독 서밋 2022'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가 2월1일부터 3주에 걸쳐 온라인으로 개최한 ‘미디어 구독 서밋’에는 세계 50개국 423명이 참석했다. /화면 캡처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는 지난 3년간 전 세계적으로 2배로 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독자들이 디지털 구독 미디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돌출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전 세계 언론사가 지난 10년간 노력해온 디지털 전환 노력의 증거입니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의 그레그 피에쵸타(Greg Piechota) 선임연구원의 분석이다. 피에쵸타 연구원은 수년간 INMA에서 전 세계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분석해왔다. 그는 2월1일부터 15일까지(현지시간) 디지털로 개최된 ‘미디어 구독 서밋(INMA Media Subscriptions Summit)’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3년간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의 구독 비즈니스를 연구한 결과다.


피에쵸타 연구원은 “많은 글로벌 언론사가 처음에는 (유료화를 위해) 최소 실행 가능한 제품(MVP)을 내놨지만 무료 기사를 유료로 전환하는 것이 디지털 구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구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바꿔야 하고 그에 맞는 프로덕트(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격이 중요하고 마케팅 채널을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운영 방식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전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그 피에쵸타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연구원이 ‘2022 미디어 구독 서밋’에서 글로벌 구독 비즈니스의 현황에 대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화면 캡처

디지털 구독, 도입 지나 스케일 업 단계 진입

INMA에서 주최한 ‘미디어 구독 서밋’은 올해로 5번째이며 글로벌 미디어의 ‘구독 비즈니스’ 관련 최고 이벤트다. 전 세계에서 미디어 전문가와 언론사에서 한데 모이다가 팬데믹 이후인 지난 2020년부터 ‘온라인’으로만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월1일부터 3주에 걸쳐(화·목 개최) 5차례 세션으로 50개국 423명의 글로벌 미디어 대표와 구독 관계자들이 참석해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홍콩, 헝가리 등 전 세계에서 디지털 구독에 대한 성공과 실패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때문에 매주 각 세미나마다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100% 디지털 구독 미디어 ‘더밀크닷컴’을 운영 중인 더밀크는 창업 직후인 2019년부터 INMA에 회원으로 가입, 미디어 구독 서밋은 지난 2020년부터 참석했다. 이 서밋에서 배운 사례는 실제 기업 운영과 뉴스룸에 즉각 적용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미디어 구독의 다음 단계를 위한 가이드(Your guide to the next phase of media subscriptions)’였다. 구독 비즈니스의 ‘스케일 업’을 위한 엔진을 구축하라는 내용이다. 어떻게 유료 구독자를 확보, 유지하며 수익화를 위한 전략과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디애슬래틱, 월스트리트저널, 다우존스, 타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뉴스데이, 악셀 스프링어, USA투데이(가넷) 등 세계 각국 미디어의 경험이 폭넓게 공유됐다.


2022년 ‘구독 서밋’에 참석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주제에서도 볼 수 있듯 글로벌 미디어의 구독 비즈니스는 ‘시작과 시도’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확장과 성장(스케일업, Scale up)’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이었다.


지난 2020년에는 ‘헬스케어 위기’를 겪으면서 독자들이 소셜 미디어에 퍼지는 가짜뉴스보다 신뢰할만한 뉴스에 돈을 내서라도 구독하는 트렌드가 정착돼 ‘전환점’을 맞았다는 선언이 나왔다. 지난해는 팬데믹 범프(bump)가 사라지고 구독자 성장이 전년 비해선 정체됐다. 하지만 뉴스가 판매 가능한 ‘상품화’해야 번영할 수 있다는 스터디 결과가 나왔다. 이후 올해부터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는 ‘시도’ 단계를 지나 확장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아직 시작도 못했다면 확장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유료 구독 서비스는 인터넛 미디어 산업 매출 비중에 3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INMA

기술·전략보다 마인드셋·문화가 성패 좌우

모든 사업에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2022 미디어 구독 서밋에서는 글로벌 미디어(언론) 산업은 구독자들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탈페이퍼’ 디지털 전환의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이 ‘때’를 놓치면 따라잡기 쉽지 않았으며 팬데믹 전에 구독 비즈니스를 준비했는가 아닌가에 성패가 갈릴 것이다. 왜냐면 팬데믹 선언 후 2년이 지나 미디어의 구독 비즈니스는 다음 단계(Next stage)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화’된 뉴스가 확장 단계가 됐고 이를 위해선 각 회사는 기술과 전략보다 ‘혁신 마인드셋’을 갖추고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왜냐면 구독 비즈니스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CMS 및 평가 툴)은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형태로 저렴하게 나와 있는데다 각 기업별로 내재화가 가능하고 이번 서밋처럼 구독 전략은 밴치마킹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와 마인드셋은 각 미디어 기업 고유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USA투데이를 소유한 가넷(Gannet)의 디지털 구독 전환 사례는 큰 관심을 모았다. USA투데이는 한때 미국 최대 일간지였지만 디지털 전환 ‘타이밍’을 놓쳐 모기업 가넷마저 위기를 겪었다. 가넷의 최고 운영 및 전략책임자 마유르 굽타(Mayur Gupta)는 그 경험을 공유했다.


굽타 COO는 “회사 전체가 포커스를 이동하고 기본을 만들 때 직원 전체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독 기반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구독 비즈니스는 마음가짐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넘어 문화와 조직 운영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라고 말해 큰 공감을 얻었다.


린지 존스(Lyndsey Jones) 전 파이낸셜타임즈 편집장(executive editor)도 “FT 신문 전담 편집자는 20명에 불과하고 모든 뉴스룸에는 독자 참여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에 기반한 뉴스 결정을 내리는 오디언스 참여팀이 있다. 뉴스룸은 신문독자 대신에 디지털 독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모든 뉴스데스크에는 자체 데이터 분석 기능이 있다. 이를 갖추는 데 7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디지털 구독, 향후 10년간 미디어 산업 지배할 것

INMA의 2022 미디어 구독 서밋에서는 각 언론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번들링 상품으로 구독자의 만족도를 높이며 ‘다이나믹 프라이싱’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 사례도 발표됐다.


또 뉴스룸 및 언론사 내부에서도 효율성과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AI 및 자동화를 위해 도입된 데이터 및 기술의 사례도 나왔으며 언론사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볼 수 있는 뉴스 상품 개발에서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일명 ‘고객 경험’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내용도 공유됐다.


INMA에서는 이 같은 트렌드는 앞으로 글로벌 미디어 산업에서 향후 10년간 지배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실 이 내용은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라면 꼭 알아야 할 스킬이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성장을 위해 내재화하고 있는 전략이다. 언론 기업과 각 뉴스룸이 이 같은 전략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몰라서가 아니라 ‘안’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디지털 구독이 대세가 된다고 하더라도 제1의 명제는 ‘퀄리티 저널리즘’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퀄리티 저널리즘은 언론의 사명이자 비즈니스의 근간이다. 하지만 ‘저널리즘’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뉴스 소비 시간이 많은 ‘헤비 유저’들이 특종을 보고 구독 프로그램을 시작하지만 서비스와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 금방 구독 해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퀄리티 뉴스’ 또는 ‘특종’ 아니 ‘단독’ 기사 외에도 왜 구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받기 원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마케팅과 기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도 구독 유지에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를 가속화하고 있는 기업들은 더이상 ‘구글’ 이나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플랫폼을 “콘텐츠로 장사하는 점심이나 뺏어먹는 존재”라며 탓하지 않는다. 플랫폼 기업들이 지난 2021년부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창작자 경제)’의 트렌드 속에 언론 외에도 ‘크리에이터(창작자)’에게도 콘텐츠를 공급받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퀄리티 저널리즘이 ‘언론 기업’에서만 나온다는 것은 언론사나 기자의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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