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계속되는 아시아경제...'제3자 매각' 두고 충돌

이의철 대표, 첫 절차로 '자사주 공개매수' 언급… 키스톤PE 측 거센 반발
노조 측 "이의철·최상주, 동화그룹 거론"… 한국일보 측 "검토한 바 없어"

  • 페이스북
  • 트위치
서잔=아시아경제 사옥.

아시아경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이의철 대표이사가 3자 매각을 위한 첫 절차로 볼 수 있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언급하며 양측이 충돌했다. 현 대주주 키스톤 측은 절차상 부당함·회복이 어려운 손해 발생을 이유로 팽팽히 맞섰고, 이후 관련한 이사회 소집이 예정됐다 취소되는 등 실제 이행여부를 예단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내부에선 “구성원을 볼모로 끌어들이지 말라” “매끄러운 해결책을 찾아달라”는 구성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아시아경제 사내 게시된 복수의 글에 따르면 이의철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소집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매수’ 등 안건을 논의·의결하려 했고 이에 앞서 노조 등에 구상을 밝혔다. 7일 노조 관계자 글에 따르면 이 대표는 노조와 미팅에서 해당 이사회를 “아경의 ‘제3자 매각’을 위한 첫 절차로 봐도 된다”고 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20~25% 가량의 자사주를 확보하고, 콜옵션이 붙어있는 BW(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보탠 다음 이를 KMH의 지분과 합쳐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향이다. 공개매수는 특정기업 주식을 주식시장 외에서 공개적으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방식을 뜻한다. 아시아경제의 경우 경영권 분쟁의 맥락에서 자사주를 매수하겠다는 의미다.

아시아경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측은 현재 송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사진은 키스톤 측 현상순·마영민 이사의 회장·대표 보직이 박탈된 지난 1월19일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내용이 담긴 전자공시 캡처.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이 대표의 행보가 전 최대주주이자 현 아시아경제 2대 주주인 KMH 최상주 회장의 이해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 ‘유통 주식 절반에 해당하는 주식을 자사주에 편입한다는 게 난센스’이고 ‘이 지분을 제3자 매각에 활용한다는 자체가 장기적인 법적 다툼 여지’를 남기며 ‘혼란은 고스란히 구성원들이 짊어질 부담’이라고 글에서 비판했다. 특히 ‘현상순 회장이 나(이 대표)에게 무례하게 군 것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면 지금의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발언을 전하며 “지배구조의 갑작스러운 변경이 미디어아경 부문의 ‘최고책임자’인 이의철 대표에게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을 것이란 점은 짐작할 수 있다. (중략) 이에 따른 피해가 왜 아경과 구성원들에게 전가돼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11일로 연기됐던 이사회가 소집되지 않으며 당장 ‘공개매수’가 실행되진 않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키스톤 측 현상순 사내이사(회장)는 지난 4일 이사회 소집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현 이사는 이날 공지에서 “900억원의 회사 자금을 이용하여 회사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고 배당을 실행하겠다”는 결정이 자신과 마영민 대표 등이 배제된 상황에서 협의 없이 진행됐고, 이 가운데 열리는 이사회는 위법행위이자 요식이며, (자사주 매입 실행 후엔) 법적 구제 절차를 취하더라도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것이므로 7일 오후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이 대표는 “이사회에서 논의돼야 할 배당, 자사주취득 등 경영상의 주요사안들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것은 관련 법률을 위반할 소지도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토론을 거절한 바 있다.


이 건과 별도로 현재 양측은 현상순·마영민 이사의 회장·대표 보직을 해임한 지난 1월19일 이사회 결의에 대해 송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앞서 현 회장이 이 대표를 ‘전 사주 측의 이익을 위해 돌출행위를 했고’ ‘정상적인 업무절차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발행·인쇄·편집인직에서 보직대기 시키고 연봉 30%를 삭감하는 조치를 내렸고, 이후 이 대표 등 KMH 측이 추천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한 이사회에서 두 사내이사의 보직을 박탈하는 안건의 주주총회 상정이 결정됐다. 이에 키스톤 측은 지난달 26일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 양측이 지난 11일 가처분 심문에 참여하기도 했다. 향후 법원이 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더라도 현재로선 사태가 곧장 수습되리라 단언하기 쉽지 않다.


3자 매각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대상까지 언급되는 상태다. 앞선 노조 관계자 글엔 “이의철 대표와 최상주 회장은 공통적으로 동화마루(동화그룹)를 유력·잠재적인 매각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동화그룹은 한국일보를 손자 회사로 둔 기업이다. 다만 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한국일보 핵심 관계자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글에서 동화그룹이 “아경을 엄청나게 발전시켜주고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해 줄 곳인지 여부는 따질 생각도 없다”며 “이의철 대표는 윗선의 머니게임이나 경영권 분쟁이라는 고약한 상황에 조직과 구성원을 볼모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 키스톤 측엔 “아경을 쉽게 팔지 않을뿐더러 일류언론으로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약속한다면 (중략) 최대한 매끄러운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