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정답 취소를 결정한 날, 한 수험생에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습니다. 이 수험생은 “잘못된 일을 가만히 넘어가지 않고 권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또 “앞으로 후배 수험생들이 나아진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도 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평가원은 문제의 조건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답은 고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제 어른들의 잘못된 결정에 그대로 운명을 맡기지 않습니다. 결과만 도출된다면 과정에서 만나는 오류는 어물쩍 넘어가도 되느냐고 당당히 묻습니다. 왜 틀린 것을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는지 의문을 품고,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 손으로 잘못을 바로잡고 고쳐 나갑니다. 밀실 결정, 끼리끼리 문화는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직과 공정,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그대로입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답만 나오면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는 버려야 합니다. 문제가 개선돼 다른 사람이 똑같은 불의를 또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젊은 수험생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심을 보여준 변호사·선생님들 덕분에 언론의 본질, 기자의 본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임화섭 IT의료과학부장, 오수진·이도연·계승현 기자를 대신해 후기를 씁니다. 혼자가 아니어서 끊임없이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후배를 믿고 힘을 실어준 조채희 편집총국장, 정준영·황재훈 부국장, 이윤영 정책사회부장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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