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허위 이력 취재는 예상치 못한 취재원과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시작됐습니다. 얼떨결에 얻게 된 김씨의 수원여대 겸임교원 채용 지원서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허위란 게 명확했기에 사실 관계 취재는 막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씨 입장 확인은 온종일 진척이 없었습니다. 기사 말미에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란 문장을 습관적으로 적고 나니, 딱 한 번만 더 전화해보자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김씨의 컬러링을 들으며 이 음악 제목은 뭘까 딴생각까지 하던 그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제가 문자 남긴 거 보셨나요?” 자꾸만 말을 돌리는 김씨를 붙잡는 게 일이었습니다. 꾸역꾸역 30분간의 통화를 마치고 기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보도 직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가 내놓은 공식 입장은 엉성했고, 윤 후보의 대처는 어설펐습니다. 녹취를 토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김씨는 결국 첫 보도 이후 12일 만에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씨는 통화 내내 허위 이력과 거짓 수상 기록에 대해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습니다. 공채 지원서에 인턴 경력이나 수상 실적을 적으며 혹시라도 잘못 적을까 서너 번씩 다시 확인했던, 수년 전 기자 준비생 시절 제 경험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김건희 허위 이력 보도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킬 수 있었던 건, 김씨와 윤 후보 부부의 공정의 가치가 저를 비롯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과는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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