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1년 언론 수용자 조사 보고서>에는 뉴스 소비 파편화의 단면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2019년부터 신뢰하는 언론사를 1개만 적으라는 문항을 신설해 매년 신뢰도 톱10 매체 명단을 공개해 왔다. 여기에 담긴 세 가지 특징이 흥미롭다.
첫째, 매체간 신뢰도 편차가 줄었다. 3년 전 총 44%의 몰표를 받아 1, 2위에 랭크됐던 KBS와 JTB의 신뢰도는 매년 하락하고 나머지 매체의 신뢰는 다 올랐다. 둘째, JTBC의 급락과 TV조선의 급등이다. 3년간 JTBC의 신뢰도는 반토막이 났고, TV조선의 신뢰도는 2.7배 상승했다. 셋째, 신뢰도와 시청률간 디커플링이다. 2021년 신뢰도 4, 5위인 YTN과 JTBC의 뉴스 시청률은 하위권이고 6, 7위의 SBS와 TV조선 시청률은 상위권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신뢰도’ 측정의 통계 방법론적 문제점을 논외로 하면, 뉴스 소비의 파편화와 그 대응에서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2019년 TV조선을 ‘원픽’ 신뢰 매체로 꼽은 응답자 중 자신이 보수라고 답한 비중은 42%였는데 2021년에는 61%로 뛰었다. 반면 중도는 46%에서 26%로 급감했다. KBS를 꼽은 응답자 중 보수 비중도 2019년 33%에서 2021년 42%로 증가했지만 우클릭의 강도는 단연 TV조선이 압도적이다. 40대 비중도 둘을 갈랐다. TV조선의 경우 40대 비중이 2%포인트 높아진 반면 KBS는 3%포인트 하락했다. KBS의 뉴스 신뢰도는 3년 전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2030과 5060으로 갈라지는 뉴스 소비 지형에서 40대가 일종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JTBC의 차별화된 팬층은 2030과 진보층이다. 3년 전보다 2030 비중은 7%포인트, 진보층은 4%포인트 늘었다. 반면 5060의 비중은 6%포인트, 40대 비중은 1%포인트 줄었다. 차별화된 팬층 강화라는 점에서는 JTBC와 TV조선이 같은 길을 걸었다. 다만, TV조선은 레거시 뉴스 헤비 유저의 특정 층을 집중 확대했고 JTBC는 네이버와 경쟁하는 형국이 됐다. 조사 대상 2030중 절반(48%)은 신뢰하는 뉴스 매체로 네이버를 꼽았기 때문이다. JTBC는 레거시 미디어 모델로 디지털 플랫폼의 타깃층을 공략한 셈이 됐다. 선방하고 있는 SBS도 중도층(53%)과 4050(45%)의 강력한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서 자기만의 입지를 구축했다. 결국 JTBC와 TV조선의 극명한 희비 교차, 신뢰도 빅2의 하락세, 신뢰도와 시청률의 디커플링 3대 현상은 뉴스 소비의 파편화라는 불가역적 흐름과 그 대응 전략의 차이가 빚어냈다. 각자만의 차별화된 레거시 뉴스 팬층의 신뢰를 기반으로 40대를 잃지 않은 언론사가 이겼다.
물론 이건 레거시 미디어 지형의 스토리다. 판이 디지털로 바뀌면 승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승자가 될 수 있다. 요지는 덩어리 ‘대중’이나 기계적 중립성만 고수해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점이다. 객관성이란, 같은 위치와 조건에서 봤을 때 똑같이 관찰되는 것이다. 거대 중산층 해체로 이해관계가 파편화되면서 독자들은 다양한 위치에 서게 됐다. 시공간이 한정된 아날로그 매체 하나가 그 다양성을 다 담는 게 가능한가. 바뀐 독자 지형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누구의 관점을 중심으로 정보를 추려낼지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중 뭘 선택할지는 독자의 몫이다. 누구를 타깃 독자로 삼을지,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등의 독자 분석을 나침반 삼아 단기 전술과 장기 전략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고는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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