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과 미디어교육

[언론 다시보기] 이성철 주감초 교사

이성철 주감초 교사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에는 뉴스에 대해 학습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뉴스의 짜임과 정보의 타당성에 대해 판단하는 학습 내용이다. 다루고 있는 뉴스를 보면 파리기후협약이나 스마트 기부확산과 관련된 내용이다. 학생들이 이 뉴스를 보고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지 판단하는 학습 내용이 제시되어 있는데, 소재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초등학생들이 기후협약이나 스마트 기부에 대해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은가? 국정 교과서 체제의 한계상 다양성과 지역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교사들은 미디어 수업을 할 때 적절하게 소재를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가급적 미디어 수업을 할 때 지역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편이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우리나라 또는 세계와 같은 보다 넓은 지역에 대한 인식의 기본 틀을 형성시켜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의제에 대한 관심을 일으킬 수 있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전체 속에서 의미없는 작은 부분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세계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그렇기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지역 언론에 대해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학생들과 함께 지역 언론사 젊은 기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였다. 여기에는 우리 학교 바로 아래에 숨겨져 있던 옛 경부선 철길과 주령터널의 흔적, 형제복지원의 가슴아픈 역사 등이 담겨 있었다.(다비줌 채널, <터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단서는 블로그 사진 한 장> https://youtu.be/Ce9LV52O1V4)


“엇, 저기 알아요!”, “저기 학교 오는 길에 매일 지나는 곳인데….” 영상속 장면에 학생들은 친숙함을 나타냄과 동시에 매일 같이 다니던 길 아래에 폐쇄된 터널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윽고 형제복지원에서 도망친 아이들이 숨기도 했다는 동네 주민들의 말을 숨죽여 들었다. 일상적 공간에 서늘하게 배어 있었던 지역의 아픈 역사가 폐쇄된 터널의 이야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마침 학생들이 사회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근대화와 및 민주주의와 관련된 내용이었기에, 경부선-군사독재-산업발전-민주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철로로 단절된 아랫동네와 윗동네 사이의 불평등 문제나 대중교통 이용의 어려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처럼 주변 지역은 학습자에겐 맥락적 상황이며, 삶이 녹아져 있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주변 지역을 다루는 지역 언론이 미디어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교육과정이나 미디어교육과 관련한 정책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과 참여는 다소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파리기후협약도 중요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탄소 절감과 관련해 어떤 정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하고 목소리를 내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뉴스를 교육할 때는 우리 지역의 문제를 다루는 신문사나 방송사, 인터넷 언론사 등에 대해 찾아보도록 하고, 이들이 전하는 가까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지역 언론이 집중해야 할 일은 미디어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의제에 대해 깊이 탐사하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여 시민들에게 쉽게 다가서도록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국가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분권화를 바탕으로 지역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 민주시민교육과 공동체 의식 등을 강조한다. 이번 새 교육과정 체제하에 많은 학교에서 지역 언론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교육하는 기회가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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