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마다 바뀐 발행·인쇄·편집인…아시아경제 지배구조 내홍

노조 "이의철 이사 조직과 구성원들을 위해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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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로 지난해 경영권이 넘어간 아시아경제가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진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현상순 현 아시아경제 회장 측이 과거 대주주 KMH가 선임한 이의철 미디어부문 대표이사의 발행·편집인직에 대해 보직대기 처분을 내리자 이에 맞서 이 대표가 KMH 측 추천인사가 다수를 차지한 이사회를 통해 현 회장 등에 대한 이사직을 박탈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큰 혼란으로 번진 상태다. 노조는 21일 이 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지부)는 이날 오후 긴급 대의원대회 개최 후 성명을 내고 “조직과 구성원들을 또 다시 극심한 혼란 속으로 밀어놓은 이의철 이사의 최근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이의철 이사의 행태가 순수하게 아시아경제의 발전과 안정, 구성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볼 근거를 노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의철 이사가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의도와 목적에 치중해 조직과 구성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판단이 굳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는 작금의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아시아경제와 후배 기자 등 모든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를 생각해 더 늦기 전에 결단할 것을 엄격하게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20일 업로드 된 아시아경제 전자공시 '대표이사 변경' 건 캡처.

20일 아시아경제는 마영민 대표이사직 해임에 따라 기존 이의철·마영민 각자대표이사 체제에서 이의철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7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는 KMH로부터 경영권을 확보한 후 마영민 키스톤 부대표를 아시아경제 투자부문 대표로 선임, 이의철 미디어부문 대표와 2원 체제를 구성했는데 변동이 생긴 것이다.

이는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현상순 회장과 마영민 대표의 이사직을 박탈하는 안건이 통과돼 오는 3월 주주총회 상정이 결정된 데 따른 결과다. 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이의철 대표 등 KMH 측이 추천한 이사가 3인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앞서 현 회장 측은 지난 18일자로 이의철 미디어부문 대표를 발행·인쇄·편집인직에서 보직대기시키고 연봉 30%를 삭감하는 조치를 내렸다. 대표이사에 대한 ‘보직대기’란 이례적인 인사 배경으론 양측의 누적된 갈등이 거론됐다. 특히 부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지난 17일 오후 ‘편집 전략 회의’에서 현 회장이 조직개편·인사에 대한 결재 지연, 퇴직연금 미불입 등을 언급하며 대표의 업무 해태를 지적하고 이에 이 대표가 반박하며 갈등이 표면화됐다. 인사 후 양측은 사내 게시판에 각자 공지·입장문을 올리며 충돌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지난 18일 오후 경영진 일동 명의의 공지에서 “최근 미디어부문 대표(이의철)가 전 사주 측의 이익을 위해 돌출 행위를 하였다. 그 행위와 관련하여 정기 인사결재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 절차를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그런 행위로 인해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인사, 평가제도 개선 등 핵심 경영 정책들이 지연되는 등 회사 경영에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시아경제 가치를 훼손하고 임직원의 자긍심에 상처 주는 경영 행위를 하지 않겠다’, ‘신뢰받는 경제 매체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경영상황·정보 투명한 공개로 임직원이 신뢰하는 회사문화를 정착하겠다’ 등을 천명했다.

아시아경제 사옥.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입장문을 올리고 반박했다. 당일(17일) 갑작스레 받은 임원 인사위원회 소집 및 출석요구 통지가 통지기간을 미준수했고, 인사위원인 등기임원들에게 통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만큼 절차적으로 부당하고 동의할 수 없다는 논지였다.

이 대표는 징계 배경에 대해 “최근 일련의 인사 패싱 논란, 대부업 자회사 설립에 대한 저의 문제제기로 인한 소위 ‘괘씸죄’”가 있고, 전 애드마케팅 본부장 해임 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순 회장과 마영민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상순 회장과 마영민 대표이사에게 아시아경제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행위와 비정상적인 압박행위를 즉시 중단해줄 것을 여러 번 요청한 바 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비정상적인 인사위원회를 열어 저에 대한 징계를 단행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돌출된 경영진 간 갈등을 두고 이후 기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행보를 힐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마 대표의 해임에 이어 21일 오전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목소리가 다수 나오던 노조 익명 게시판을 긴급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폐쇄하면서 불만과 성토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초 24일 예정했던 대의원대회를 앞당겨 21일 오후 개최한 후 이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지부는 성명에서 “대주주인 키스톤 등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아시아경제의 오너십이나 리더십이 키스톤으로 넘어간 것이 ‘문제’라고 치더라도, 그것은 구성원들이 아닌 직전 대주주(KMH 측)의 과오 또는 나름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의철 이사는 키스톤과 KMH의 분쟁 및 합의의 과정에서 파생된 재무관계와 관련한 ‘권한행사’를 단초로 본인이 일정 비율의 레버리지를 확보한 뒤 키스톤도 KMH도 아닌 제3의 주인을 찾을 것이고,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입장을 노조에 밝힌 바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18일(위에서부터 아래로), 19일, 20일자에 담긴 발행인 등 정보 변화. 현 아시아경제 구성원들이 느낄 혼란을 방증한다.

성명에는 지배구조 변화가 생긴 지 반년여 만에 이 같은 혼란이 벌어진 데 대한 구성원의 우려도 담겼다. 실제 신문 지면에서도 혼돈은 그대로 드러난다.

발행·인쇄·편집인으로 18일자엔 이의철 대표, 19일자 신문엔 마영민 대표가 기재됐다가 20일자 신문엔 회장 직함·이름이 사라지고 다시 이 대표가 발행·인쇄·편집인으로 올라가는 등 사흘치 지면의 발행인 등 정보가 모두 다르다. 향후 이사회의 현 회장과 마 대표에 대한 이사직 박탈 효력 등을 두고 양측의 법적 다툼은 불가피하고 이는 장기화 될 수 있다.

지부는 “영문도 모르고 아무 잘못도 없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구성원들에게, 저토록 불안하고 심지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를 ‘고공전’을 예고하는 이의철 이사의 행태가 너무도 개탄스럽다”며 “아시아경제를 또 다시 장기적인 불확실성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노조 익명 게시판 폐쇄에 대해서도 “노조와의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쇄함으로써 신뢰관계의 파탄을 대놓고 ‘선언’했다”고 평가하며 “심각한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일정을 즉각 제시하고 그대로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중략) 후속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노조는 법적 대응 등의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노조 게시판에 존재하던 다수의 게시글이 작성자 본인이 아닌 인물을 통해 마구 편집되고 조작되고 삭제된 정황 등에 대해서도 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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