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지망생 희망 매체 1위는 KBS

[기자협회보, 언론 지망생 설문조사]
각자 신문사·방송사 선호도와 함께
'매체 영향력 체감도' 주요하게 작용

지망생 50%, 채용형 인턴에 큰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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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1일 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경향신문사 57기 수습기자 필기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 우철훈 경향신문 선임기자

20대는 기성언론 매체와 가장 거리가 먼 연령층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1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종이신문 열독률은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다. 열독률이 가장 높은 50대(14.1%)의 1/7 수준이다. TV 뉴스·시사프로그램 이용률 역시 20대(59.5%)가 꼴찌였다. 20대의 하루 평균 TV 뉴스 이용 시간도 최하위인 18분으로, 60대 이상(66.7분·이용률 92.9%) 보다 50분가량 적었다.


같은 20대지만 언론수용자 조사결과와 뉴스 이용 양상이 다른 집단이 있다. 바로 기자 지망생들이다.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종이신문과 TV 뉴스는 수험 교재와 다름없다. 기자협회보는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기성언론 뉴스를 들여다보는 기자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종이신문 유료 구독 여부 △뉴스를 접하는 경로 △가장 입사하고 싶은 언론사와 그 이유 △언론사 채용 과정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기성언론사와 언론 보도에 대한 평가 등 16가지 질문을 던졌다. 기자의 사회적 위상이 하락하고 언론 불신이 깊어지는 상황인데도 기자가 되려는 이유도 물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기자 지망생 총 56명이 참여했다. 기자협회보는 윤세영저널리즘스쿨과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언론고시반에 설문 참여를 요청했고, 개별적으로 설문지 전달을 통해 해당 학교 소속 외 지망생들도 다수 참여토록 했다. 이번 설문조사와 별도로 기자 지망생 6명을 심층 인터뷰해 기자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도 나눴다. 관련 기사를 기자협회보 1월19일자와 26일자로 2차례에 걸쳐 싣는다.


일반적인 20대와 달리 설문에 참여한 기자 지망생 중에선 과반 이상이 종이신문을 유료로 구독하고 있었다. 응답자 총 56명 가운데 33명(58.9%)이 종이신문 유료 구독자였다. 뉴스를 접하는 통로(중복답변·사례수 125)로 포털사이트(38명·30.4%)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종이신문은 35명(28.0%)으로 2위였다. 뒤이어 유튜브 19명(15.2%), 언론사 자체사이트·앱 10명(8.0%),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 9명(7.2%), TV 7명(5.6%), 뉴스레터 3명(2.4%), 라디오·오디오클립과 신문 스크랩 프로그램이 각 2명씩(1.6%)이었다.


입사 시 선호하는 매체 유형은 전체 56명 가운데 28명(50.0%)이 신문사를, 26명(46.4%)이 방송사를 택했다. 2명(3.6%)은 뉴스통신사를 꼽았다. 기자 지망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언론사(오표기·중복답변 제외 총 53명 대상)는 KBS(10명·18.9%)였다. SBS가 6명(11.3%)으로 뒤를 이었고, 경향신문·조선일보 각 5명(9.4%), 매일경제신문·JTBC 각 4명(7.5%), 연합뉴스·중앙일보·한겨레신문·YTN 각 3명(5.7%), 동아일보·한국일보·MBC 각 2명(3.8%), 연합뉴스TV 1명(1.9) 순이었다.

입사하고 싶은 언론사 순위는 신문사, 방송사 선호도와 함께 각자 체감하는 매체 영향력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S에 입사하고 싶다고 답한 10명 중 9명은 ‘매체 영향력’을 이유로 들었다. ‘공영방송이라는 인지도’, ‘1위 방송매체’라는 평가였다. 개중 3명은 ‘안정적인 처우’와 ‘높은 연봉’을 꼽았고, ‘보도 성향이 중립적’이라거나 ‘광고주로부터 독립적’이어서 KBS를 택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KBS·조선일보·SBS 입사 희망자들 ‘매체 영향력’ 꼽았다

조선일보 선택자 5명은 모두 ‘매체 영향력’ 때문에 입사를 희망한다고 했다. SBS를 선호하는 기자 지망생 6명 중 3명도 ‘매체 영향력’을 들었다. ‘연봉이 높아서’(3명)도 주요한 이유였다. SBS는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보도’, ‘새로운 형태를 계속 시도하는 보도’, ‘디지털 전략’, ‘콘텐츠가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경향신문은 신문사 입사 선호도 공동 1위(5명)에 올랐지만 다른 상위권 언론사와 차이가 있었다. KBS, SBS, 조선일보와 다르게 매체 영향력이나 높은 연봉, 안정적인 처우 때문에 경향신문을 선택했다는 답변은 한 명도 없었다. 대신 경향신문 선택자 5명 중 4명이 ‘콘텐츠 품질’과 ‘보도 성향’을 꼽았다. 한 지망생은 “경향신문엔 우리 사회 비주류의 이야기를 담은 좋은 기획보도가 많다. 진보지로 꼽히지만 다른 진보 매체에 비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져있거나 누군가의 편을 들고 있다는 느낌은 덜하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를 선택한 한 지망생은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로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고, 한국일보를 택한 2명 전원은 ‘콘텐츠 품질’을 꼽았다. 연합뉴스의 경우 ‘국내외 매체 영향력과 높은 연봉, 안정적인 처우’, YTN은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전달하는 언론사’, 동아일보는 ‘매체 영향력,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보도 성향’ 등 이유로 선택을 받았다. JTBC 선택자 4명 중 3명, 한겨레 선택자 3명 모두는 ‘콘텐츠 품질’과 함께 ‘보도 성향’ 때문에 이들 언론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언론사의 새로운 시도나 작은 움직임이 입사 선호도를 결정할 만큼 기자 지망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조사결과였다. 매일경제신문을 선택한 한 지망생이 ‘메타버스 회의 등 새로운 걸 자주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의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한 것이나, MBC 선택자가 ‘사내 벤처 공모로 에버그린 콘텐츠를 선보인다고 홍보하는 기사를 보고 회사의 미래와 디지털 전략을 고민하는 곳이라고 느껴져서 택했다’고 답변한 게 그런 경우다.


언론사 입사는 ‘언론고시’로 불릴 정도로 채용문이 좁다. 기자 지망생들은 여기서 불합리한 상황을 겪곤 했다. ‘언론사 채용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적 있나’라는 질문에 46명(82.1%)이 ‘있다’고 답했다. ‘없다’고 답한 10명(17.9%) 중 3명은 언론사 입사 준비 기간이 6개월 미만, 4명은 1년 미만으로 실제 지원한 경험이 적었다. 따라서 지원 경험이 여러 번 있는 지망생 대다수가 언론사 채용 과정에서 문제점을 느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0년 1월 19일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경향신문 56기 수습기자‧사원 모집 응시생들이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권호욱 경향신문 선임기자


이들은 대형 언론사의 기자직 선발 규모가 작은 데다 비정기적이고, 평가 기준이 불투명하고, 언론사별로 채용 일정이 겹칠 때가 많아 불안감이 높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현 시대와 맞지 않는 상식 시험 △학벌‧고스펙 강조 △논술과 작문 평가기준‧점수 미공개(평가 시 구체적인 점수 채점이 어렵다면 A‧B‧C 단계 평가라도 적용 제안) △기계적인 성비 조율(최종면접에 여성 16명, 남성 4명 올라왔는데 최종 합격자는 남녀 각 2명씩만 선발한 경험) △신입 채용인데도 경력직에 준하는 스펙 요구 등을 언급했다.


특히 최근 확산하는 ‘채용형 인턴’에 대해선 반감이 컸다. 응답자 56명 중 13명(50%)이 채용 과정의 문제점으로 이 제도를 꼽았다. 뛰어난 인재를 뽑겠다는 언론사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인턴기간이 1~2달로 너무 길어 다른 언론사 채용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낮은 전환율(1/2~1/3) 때문에 불안함이 크고, 지방 거주자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지원자에겐 더 큰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채용형 인턴제 개선 방안으로 △인턴 기간 1~2주로 단축 △합격률 대폭 상향 △실무평가 등 다른 채용전형 간소화 △채용형 인턴에서 최종 탈락하더라도 경력으로 인정 등을 제시했다.


한 지망생은 “언론사 ‘인턴기자’ 전환제는 다른 기업의 전환형 제도와 결이 다르다. 인턴이지만 단기간 소속된 기자로서 회사 채널로 나가는 보도에 최선을 다한다”며 “일부 언론사는 경찰서 순환근무에 준할 정도로 높은 강도의 업무를 요구한다. 2개월에 가까운 인턴 근무를 하고도 전환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은 직장인으로서의 ‘기자’를 넘어 희망과 사명감을 가지고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꽤나 가혹하다”고 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자 지망생들은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자 지망생 55명(전체 56명 중 오표기 1명 제외)의 평균 나이는 2021년 한국 나이 기준으로 26.3세였다. 26~27세가 24명(43.6%)으로 가장 많았고 24~25세 20명(36.4%), 30세 이상 5명(9.1%), 28~29세 4명(7.3%), 21~23세는 2명(3.6%)으로 집계됐다.


전체 56명 가운데 대학 학부 주전공이 언론, 신문방송, 커뮤니케이션 등 미디어 유관학과인 경우가 27명(46.4%)으로 가장 많았다. 정치외교‧사회학 각 4명(7.1%), 국어국문 3명(5.4%), 영어영문 2명(3.6%), 그 외에 경영학, 행정학, 화학, 한의학, 미술학 등 다양한 전공생들이 기자를 꿈꿨다. 대학 졸업자가 27명(48.2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대학 졸업예정자 17명(30.40%), 대학 재학 8명(14.30%), 대학원 재학 4명(7.10%) 순이었다.


언론사 입사 준비 기간은 6개월~1년 미만 17명(30.40%), 6개월 이내 15명(26.8%), 1년 이상 2년 미만 12명(21.40%), 2년 이상~3년 미만 10명(17.90%), 3년 이상 2명(3.60%) 순으로 나타났다.


입사 후 가장 근무하고 싶은 부서는 기획‧탐사보도부가 23명(41.1%)으로 1위였다. 선택 이유는 ‘오래 시간을 들여 사건의 맥락을 파헤치는 보도를 하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싶어서’, ‘디지털 시대에 단순하고 파편화된 보도가 많아지면서 보도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느낀다. 기성 언론이 뉴미디어와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좋은 기획, 탐사보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등이었다. 사회부 18명(32.1%), 정치부 8명(14.3%), 경제부 4명(7.1%), 문화부 2명(3.6%), 국제부 1명(1.8%)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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