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의무편성'이 '공영방송 정상화' 공약?

국민의힘 '쇼츠 공약'에 언론노조 KBS본부 "편성권 침해 논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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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2일 유튜브 등에 공개한 '공영방송 정상화' 59초 공약 영상.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KBS의 사극 제작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공영방송 정상화’ 공약이라며 내놨다. 국민의힘은 12일 유튜브 등에 공개한 ‘59초 공약’ 영상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주제로 △사극 의무 제작 △국제뉴스 메인뉴스에 30% 이상 편성 △KBS 영상 아카이브 오픈소스로 개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2초짜리 영상은 “KBS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라는 이준석 대표의 물음으로 시작한다. 이에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본부장이 “공영방송이 PPL 못한다고 5년 동안 사극 한번 안 찍는 게 말이 돼?”라며 호응하고, 두 사람은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에게, 콜?”이라며 사극 의무 제작과 국제뉴스 의무 편성 등을 제안한다. 그리고 영상 말미에 “후보님! 추진할까요?”라고 화면을 향해 물으면 윤석열 후보가 등장해 “좋아 빠르게 가!”라고 화답하는 식이다.

공영방송에 특정 방송의 제작과 편성을 강제하겠다는 발상에 KBS 구성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 짧은 동영상에 담긴 내용을 보면 국민의 힘이 도대체 공영방송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심각한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공영방송은 국가의 소유도, 자본과 같은 사적 소유도 아닌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적 소유기구이다. 그래서 방송법 제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4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힘이 주장하는 ‘대하드라마 의무편성’이나 ‘국제뉴스 30%’ 편성 등은 방송법에 따라 편성 침해의 논란이 큰 얘기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편성권 침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라면 오만함을 넘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의 부재이자 공영방송 독립을 염원하는 국민정서에 대한 부정”이라고 일갈한 뒤, “‘쇼츠’ 통한 홍보물을 두고 개그를 너무 다큐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 마시라. 공영방송이라는 가치와 이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는 한 순간 흘리고 지나치며 소비될 가벼운 성격의 것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그나마 국민의 힘과 윤석열 후보가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화두를 우선순위 공약으로 제시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 “공영방송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고민도 하셨다면 정말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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