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비행을 다녀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회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같이 비행했던 한 승무원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면서, PCR 테스트 결과를 첨부해 회사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곧바로 PCR을 하러 근처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이 빽빽하게 늘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모두가 PCR검사를 하러 온 사람이라는 걸 알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였다. PCR검사를 받는데 3시간, 결과를 통지받는 데까지 48시간 이상 걸리고 말았다. 최근 두바이 내에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두바이를 덮쳤다. 12월초까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50명대를 유지하고 있던 코로나19 청정국 아랍에미리트(UAE)는 온데간데없고, 일일 확진자 숫자가 갑자기 폭증해 현재 3000명대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항공분야에서도 난리가 났다. 같이 비행했던 동료 승무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일할 사람이 급속도로 부족해졌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했다는 것이 밝혀져도 마찬가지다. 그 즉시 모든 비행일정에서 배제되어 며칠 동안 자가격리를 하고 PCR검사를 받아 음성결과지를 제출해야만 일터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인력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급기야 비행기에 의무적으로 탑승해야 하는 승무원이나 조종사가 부족해서 비행편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비행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에어라인에서도 비행기를 띄우고 싶은데 단지 이를 운항하는 승무원이 부족해져서 생겨나는 일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두바이 2020 엑스포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감염자가 많이 나오는 각 국가별 전시관을 중심으로 잠시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전시관을 유지 운용하기 위한 인원들이 모두 코로나19 확진자가 되거나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하여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위드코로나를 작년부터 시행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판단한 두바이 정부는 확진자가 갑자기 폭증하자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확진자뿐 아니라 밀접접촉자도 똑같이 자가격리를 시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두바이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치사율이나 증상이 낮다는 것에 기인해서 경증환자들은 그냥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자연치유를 하게끔 하고 있으며, 중증환자들만 병원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거나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공공장소에 많이 모이고, 두바이몰 분수쇼 등 유명 관광지에서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별 제약없이 모이고 있다. 식당에서도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서 수다를 떨고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식사를 한다. 코로나19 폭증으로 현장에 일할 사람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드코로나에 기반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전 국민의 99%가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어도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낮을 것이라는 두바이 정부의 계산도 깔려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방역패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결국 본질은 ‘코로나19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 듯하다. 두바이처럼 독감 이하의 풍토병으로 인식해서 그냥 중증환자만 치료하는 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추적 선제검사하고 방역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자체를 막으려 해야 하는지의 선택인 것이다. 자유와 경제를 생각한다면 전자가, 공동체와 국민보건을 생각한다면 후자가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철학의 문제다. 정답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두바이의 위드코로나 정책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전자에 무게를 두고 중증 환자만 관리하는 식으로 가는 게 어떨까 싶긴 하다. 오미크론 변이의 증상도 많이 낮아졌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국가가 국민건강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지금처럼 철저히 촘촘하게 하는 방역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이제 새해도 밝았으니 국민적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의 수준을 재정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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