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뉴스 서비스가 변곡점에 섰다. 앞서 양대 포털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결정을 근거로 기사형 광고 문제가 불거진 연합뉴스와 ‘콘텐츠제휴’(CP) 계약을 해지했지만 법원이 달리 판단하며 한 달여 간 포털에서 볼 수 없었던 연합뉴스를 복귀시켰다. 현재로선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포털이 본안 소송을 진행할지도 확실치 않다. 제평위의 권한과 역할 자체에 의구심을 남기면서 존립의 의미 자체가 더욱 퇴색된 상황이다.
카카오의 뉴스 개편으로 제평위 체제는 이미 재편이 예고되던 터였다. 카카오는 지난 6일 다음 뉴스 서비스 개편 공지를 통해 다음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겠다고 재차 밝혔다. 누구나 직접 에디터(언론사 포함)가 돼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발행할 수 있는 ‘카카오 뷰’로 이를 대체(‘발견’ 탭)하고, 언론사 뉴스는 별도 ‘뉴스’ 탭을 통해 알고리즘 뉴스배열 없이 무작위로, 아웃링크 방식으로 제공한다. 카카오로선 입점과 퇴출 절차가 필요 없는 구독 기반 서비스, 더욱이 언론사 뉴스가 독점하던 공간의 폐지 및 축소로 제평위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카카오 불참 시 제평위는 네이버란 ‘사기업’ 자문기구로 위상이 바뀐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기존 위원을 추천했던 일부 단체의 확실한 이탈과 더불어 변화는 불가피하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격변은 분명히 예상되지만 현재로서 그 정도나 영향을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칼자루는 포털이 쥐고 있고, 언론사들은 결과를 몸소 겪어내야 할 뿐이다. 기자협회보는 이와 관련해 향후 발생가능한 포털뉴스 변화 등을 언론계 디지털부문 관계자,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포털이 뉴스에 힘을 빼왔고 이에 따른 지출 역시 줄여나갈 것은 자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때보다 ‘탈 포털’이 현실적인 문제로 부상하면서 언론사들의 대비가 시급해졌다.
포털에 뉴스가 계속 남을 수는 있다. 하지만…
포털이 뉴스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전적으로 포털에 달린 문제인 만큼 명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가까운 시일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 보는 언론계 관계자들은 없었다. 다만 포털 입장에서 뉴스에 대한 필요가 점차 줄며 힘을 빼는 경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미 나타났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종합일간지 한 디지털 담당 간부 A씨는 사견을 전제로 “포털이 뉴스 비중을 줄이는 건 오래전부터 감지돼 왔고 포털로선 그게 합리적 판단”이라며 “뉴스 트래픽이 떨어졌다. 뉴스는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였는데 이미 파악이 됐다. 뉴스에 비중을 두기보다 곧장 비즈니스나 커머스를 하는 게 (포털로선) 당연하고 이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미디어 스타트업 대표 B씨도 “(뉴스 폐지 수준으로) 끝까지 가는 건 ‘이 서비스 가치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 ‘법과 제도적인 리스크가 너무 크다’일 경우에나 가능할 것 같다. 하루아침에 일어날 일은 아닌 듯하다”면서 “카카오 개편은 어쨌든 ‘뉴스’ 탭이란 독립적인 공간을 남겨뒀다. ‘카카오 뷰’는 거의 끝까지 간 형태라고 보는데 ‘뉴스’란 서비스 네임을 없애도 포털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 중 일부로 뉴스 기능은 남겨두리라 본다”고 했다.
포털이 뉴스 기능은 남겨둘 것이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것일까. 불행히도 포털 대 언론사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칼자루는 늘 포털이 쥐어왔다. 2020년 네이버가 전재료(고정액 지급)를 폐지하고 광고수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꿨을 때도, 지난해 저질 기사에 대해 광고수입을 떨어뜨리는 조치를 강화하는 NG팩터 도입 시에도, 언론사의 유불리·공론장 개선이란 함의를 떠나 결정의 키는 포털이 갖고 있었다. 이런 힘의 역학관계는 차후 어떤 형태로든 반복될 소지가 크다.
‘카카오 뉴스개편’… 포털뉴스의 다가온 미래?
카카오의 개편은 그래서 이미 도착한 미래일 수 있다. 특히 ‘알고리즘 뉴스배열 폐지’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조만간 네이버 뉴스에도 반영될 여지가 있다. 지난해 정치권이 양대 포털에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을 문제삼자 카카오가 먼저 모바일은 물론 상반기 내 PC에서도 알고리즘 뉴스배열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신임 경영진 선임을 앞둔 네이버도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네이버에선 모바일 초기 화면에서 두 번 밀면 나오는 ‘MY뉴스’ 폐지 등에 반영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양대 포털에선 ‘구독’ 기반 방식만 존속하는 그림이다.
장기적으론 ‘뉴스’의 특수한 지위가 격하되고 언론사 역시 수많은 콘텐츠 에디터들 중 ‘원 오브 뎀’으로 받아들여지는 포털의 현실 인식을 방증한다는 의미가 있다. 개편을 통해 뉴스가 모바일 첫 화면에서 빠지면 더 이상 ‘뉴스 대 뉴스’가 아니라 ‘뉴스 대 타 콘텐츠’가 경쟁하는 구도다. 언론사의 처지는 ‘구독자’를 두고 경쟁하는 수많은 플레이어 중 하나가 된다.
네이버도 이 수준의 변화를 감행할진 미지수다. 양대 포털 모두 제평위에 참여해 왔지만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콘텐츠제휴’를 통해 언론사에 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편의·수입을 보장했고 이는 상호 간 의존도를 높이는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경쟁할 수 있는 차별적인 콘텐츠로서 뉴스, 이미 언론사들이 확보한 수천만 명의 구독자란 자산을 쉽사리 포기하기란 네이버로서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다만 예상되는 변화만으로도 언론사들의 수입 감소가 전망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 뷰’ 론칭과 맞물려 기존 카카오톡 내 ‘#’(샵) 탭에 참여했던 언론사 중 일부에 1년 간 비용 보전 등을 약속했지만 이후에도 조건이 유지되리란 보장은 없다. 이전보다 많은 수익을 얻는 매체가 얼마나 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네이버가 ‘MY뉴스’를 개편한다면, 이 역시 트래픽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치권의 지적에 네이버는 당시 언론사 구독과 AI추천 기사를 7대3 비율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는데, 언론사에 이는 ‘3’만큼의 트래픽 증발을 뜻한다.
‘탈 포털’은 없고 ‘위드 포털’이 있을 뿐
올해 신년사에서 여러 언론사 대표들이 ‘탈 포털’을 거론했지만 포털이 뉴스기능을 존속하는 한 언론사가 포털의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적극 ‘자사 플랫폼 강화’에 나서온 언론사들에서조차 포털에 대한 고려는 상수다. 일간지 디지털 담당 관계자 C씨는 “언론사들이 아무리 포털 정책을 변화시킨다고 해도 사실 네이버는 주어진 여건이라 ‘투 트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상당 리소스를 자체 플랫폼·콘텐츠 강화로 옮긴 건 맞는데 외면할 순 없으니 고민이 더 깊다”면서 “중앙일보 혁신에서도 이 부분이 강조됐고, 자극적인 뉴스로 약간 브랜드 평판이 훼손돼도 구독자나 기자 구독자 수 등 수치적이고 정량적인 성과에선 유효했다. 그런 매체들은 가파르게 구독자수를 끌어올리고 그 다음 ‘이 사람들로 뭘 할 거지’란 접근을 하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이는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국내 언론의 ‘포털 종속’이 비가역적인 상황에 다다랐음을 방증한다. 뉴스제공만으로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경영의 논리’론 포기하기 어렵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를 인용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글로벌 뉴스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구독·광고·사업·후원>에 따르면 2019년 세계 34개국 신문산업 매출 구성비 조사에서 한국신문들의 디지털 매출 비중은 13.9%로 18위였다. 현재 국내 일부 매체에선 포털이 “삼성을 넘어선 제1대 광고주”일 정도다. 극단적으로 ‘콘텐츠제휴’ 계약 해지를 겪었던 연합뉴스의 경우 당시 연 단위로 환산 시 100~120억원의 손실이 거론된 바 있다. 2020년 연합뉴스 재무제표에 따르면 ‘기자들 급여의 7분의1’ 혹은 ‘지원부서 직원 1년치 급여’ 혹은 ‘한해 임대수익’이 사라지는 효과다. ‘탈 포털’을 당하지 않는 이상 언론사 스스로 포털을 나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포털과 CP계약보다 낮은 단계의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은 이미 ‘탈 포털’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검색제휴’ 매체인 한 경제지 디지털 담당 D씨는 “포털의 최근 움직임은 대부분 CP사 위주여서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지난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기능도 사라져 검색 독자들의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터라 포털 외에서 할 수 있는 걸 고민 중”이라며 “뉴스레터, 버티컬 미디어 론칭, 오디오, 영상 등 다각적 고민을 하지만 유료화 등은 시도할 여력이 없다. 언론계 양극화도 갈수록 커진다는 인상”이라고 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포털의 결정과 무관하게 독자가 뉴스를 찾아 언론사로 돌아올 동인이 없는 현실이다. 지난 10년간 다수 언론사들이 성과가 불분명한 디지털 전환, 수익모델 개발에 투자를 저어하고 기자 개인기에만 의존한 행태를 보여왔다. 독자를 끌어오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론으로 남은 행태는 ‘저질 기사’ 정도다. 이에 포털이 뉴스를 뺀다 해도 언론사들은 SNS 등 타 플랫폼에서 기존 행태를 반복할 소지가 크다. 언론사 사이트를 찾는 경험, 습관을 잊은 다수 이용자는 유튜브 등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탈 포털’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하나
‘탈 포털’이 다시금 화두가 된 올해, 언론계의 자성과 노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오세욱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언론사들은 ‘포털 때문에 안 된다’며 노력도 투자도 하지 않은 채 포털로 디지털에서 얼마 번다고 자화자찬하며 20년을 그렇게 살아왔다”며 “포털이 사람을 끌어 오고 뉴스도 예쁘게 포장해 보여주니 기술적 변화에도 전혀 신경을 안 썼고 이용자들은 계속 떠나갔다. 포털은 관문인데 거길 종착역으로 만들어 준 건 언론사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언론)한테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게 ‘탈 포털’”이라고 강조했다.
포털 체제가 영속될 때 ‘탈 포털’을 시도하는 언론사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디지털 매출 중 포털 수입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정도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구글이 미국 언론에 주는 금액을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 언론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줬구나 싶다. 결국엔 지금과 같은 수익을 포털에서 받긴 앞으로 무조건 어려워지지 않을까”라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뭘 해야할지 언론사의 액션 플랜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탈 포털’은 언론사들이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의미가 되지 않고선 어렵다”고 부연했다.
언론사 디지털 실무자들의 고민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문사 디지털뉴스 담당 팀장 E씨는 “네이버의 뉴스 셧다운부터 아웃링크, 내년 4월 전재료 보장 종료에 등을 고려해 시나리오를 준비하려 한다. 이젠 진짜 준비를 해야한다고 회사에 얘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간지 디지털부서장 F씨는 “플랫폼 기능을 갖춘 홈페이지 개편을 구상 중”이라며 “유저가 놀 공간이 되려면 기술력이 갖춰져야 되는데 결국 회사가 얼마나 투자할 수 있냐로 수렴된다. 경영진이나 편집국 간부들의 인식 변화가 없으면 답이 없다. 당장 개발자, 디자이너를 ‘돈 많이 주더라도 모셔오겠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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