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인터뷰와 뉴스 펀딩, 후원제 등 지역 신문에서 다양한 실험에 앞장섰던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지난달 말 퇴임했다. 1990년 지역 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햇수로 32년 만이다. 마침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달 30일은 그의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김주완 기자는 “오늘 마지막으로 출근해 사장님하고 사무실 안에 있는 모든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나왔다”며 “직장 생활이라는 게 재미나 보람도 있지만 직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도 있지 않나. 거기서 풀려나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으니 즐겁고 설렌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그의 퇴임은 사실 3년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3년 전 경남도민일보 주주총회에서 전무이사로 재선임된 그는 그때부터 임기를 마치면 퇴직할 거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다. 아직 열정이 남고 건강이 허락할 때 새로운 환경에서 자유롭게 일해보고 싶어서였다. 한편으론 관리자 일이 적성에 안 맞기도 했다. 김 기자는 “전무이사면 경영진이 된 건데, 제가 스스로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경영 능력이 없는 것 같고, 재미도 기자보다 못 했다”며 “조금이라도 젊을 때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57세 자발적 조기퇴직’의 꿈을 최근 실현했다. 다만 당장의 계획은 없는 상태다. “마음 가는 대로” 여러 일을 해볼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 기자는 “준비하고 있는 책도 있고, MBC경남과 공동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있다”며 “그동안 소홀했던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열심히 영상을 올리려고 한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들을 영상으로 남기는 건 후대에 중요한 역사 기록물이 될 수 있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재직 시절에도 그는 유튜버 기자로 유명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항의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던 때였다. 그는 주말마다 경남 창원 등지의 집회 현장을 다니며 시민들의 발언을 150여개의 영상으로 담았다. 유튜브뿐만이 아니었다. 뉴미디어부장과 편집국장, 출판미디어국장으로 일하며 그는 뉴스 펀딩과 후원제 등 지역 언론에선 결코 쉬울 수 없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특출해서 그런 시도들을 했던 건 아니라고 겸연쩍어 했다. 경남도민일보라는 신문사가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벌어서 회사를 유지시키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걸 구성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살아남기 위해 어쨌든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해볼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고 말했다.
자력갱생은 부담이지만 1999년 도민지로 시작해 지금까지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은 경남도민일보는 한편으로 그에게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그는 “도민지, 시민지로 창간한 신문들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부분 지배구조가 바뀌어버렸다”며 “유일하게 경남도민일보가 6200명 시민주주로, 잘 버티고 있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기자정신이 투철한 후배들이 앞으로 잘 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 산업의 생존이 위태로운 시대, 특히나 지역 언론의 현실은 비관적이기만 하다. 김 기자는 “전국 거의 모든 지역 신문들의 매출 구조를 보면 지자체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지자체에 대한 감시와 비판, 견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그렇기에 오히려 건강한 지역 언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좋은 지역 언론들이 생겼으면 싶고, 한편으로 신문사들도 시민들이 꼭 필요한 신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광고를 주는 지자체보다 시민에게 더욱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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