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포털 복귀, 제평위는 "강한 유감"… 포털 생태계 변곡점 되나

[뉴스 분석] 연합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과 향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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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사옥. /연합뉴스

연합뉴스가 지난달 24일 네이버와 카카오에 복귀했다. 양대 포털사가 기사형 광고 문제로 연합뉴스와의 ‘콘텐츠제휴’ 계약을 해지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두 포털은 연합뉴스가 낸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직후 기존 서비스를 재개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포털에 계약해지를 권고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존립 여부와 포털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송경근)는 연합뉴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24일 인용하면서 “본안 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계약 해지의 효력을 정지하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언론을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 비유하면서 “뉴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상과 비중을 차지하는 포털이 언론사들에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해지조항이나 제평위 심사규정에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나 절차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해 제평위의 역할과 재평가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송출한 연합뉴스는 제평위 규정 위반으로 벌점 130.2점을 받아 재평가(벌점 6점 이상 대상)를 치렀다. 연합뉴스는 재평가에서 탈락했고, 제평위는 포털에 계약 해지를 권고했다.


재판부는 “사적인 계약이더라도 사실상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계약의 성질을 고려할 때 제휴언론매체들이 제평위 권고나 포털의 조치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비춰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성과 객관성·중립성이 담보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또한 제평위 평가에서 △정성평가(80%) 비중이 절대적이고 △정성평가의 심사항목도 너무 포괄적·추상적이며 △배점기준 역시 재량의 폭이 상당히 넓어서 개개인의 주관적·자의적 판단 작용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 결정에 제평위와 포털 내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다른 언론사들이 제기했던 가처분 사건에선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지거나 포털의 계약해지가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번처럼 뉴스 시장 전반과 제평위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한 결정문도 없었다. 제평위 한 현직 위원은 “다른 언론사 사례를 볼 때 연합뉴스 가처분 신청 인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결정문 자체도 연합뉴스 입장을 과하게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평위 위원들은 재판부의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제평위 차원에서 대외적인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활동 중인 제평위 6기 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양대 포털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법원의 판단은 규정과 양심에 따라 자율규제 업무를 수행해온 전체 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라고 했다.


제평위원들은 “사법부는 사실상 제평위의 판단을 무효화했다”며 “제평위의 구조, 심사 기준과 절차, 규정 등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는데 이는 제평위 현존 규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존립 근거 또한 말살하는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포털을 향해선 즉시 연합뉴스를 상대로 본안 소송을 제기하라고 촉구했다. 다음 달 현 6기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포털에 적극적인 법률 대응을 요청한 것이다. 제평위원들은 △양사 임원이 1월 전원회의에 참석해 각사의 입장 설명 △그동안 제평위가 제반규정에 따라 해왔던 토의와 의결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 등도 요구했다. 포털은 법원 판단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제평위 요구대로 본안 소송을 진행할 지 주목된다. 특히 지난 연말 카카오가 뉴스 정책을 변경해 제평위 탈퇴 가능성이 떠오른 상황이어서 양대 포털의 공동 대응 여부가 제평위 존립의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제평위의 또 다른 위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가 제평위를 나가면 제평위 체제뿐 아니라 포털 뉴스 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포털 뉴스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기보다 문제를 개선하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두 포털이 함께 대응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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