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TV란 무엇인가

[이슈 인사이드 | IT·뉴미디어] 장슬기 MBC 기획취재팀 데이터전문기자

장슬기 MBC 기획취재팀 데이터전문기자

밥을 먹다가 언론인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삼프로TV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라. 아마 함께 밥을 먹던 언론인은 수저질을 멈추고 언론의 위기, 또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참을 떠들어 댈 것이다. 보도 관행이라든가,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시청자의 입맛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이야기하며 명확한 답이 없는 현실에 자조적인 한숨을 디저트처럼 곁들이면 목적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언론에게 선거는 대목이나 다름없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만큼 잰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정책이 실종됐다거나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은 늘 따라붙었지만 걸음이 바쁜 만큼 조회수도, 시청률도 잘 나온다. 늘 가던 길을 다시 가도, 후보 뒤만 따라다니더라도 문제가 없었다. 이번 대선까지는 말이다.


‘삼프로TV’는 대한민국 언론의 역사에 등장해도 무방할 정도의 충격이다. 기성언론의 위기는 늘 이야기하지만, 그 위기를 모골이 송연하게 체감하게 해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기성언론이 아닌 유튜브 채널에 불과(?)한 곳이 언론의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도, 이들이 그동안 쌓은 경제 전문가로의 명성도, 합쳐서 100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도 놀랍지만 가장 주목할 것은 ‘포맷’이라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한 후보자당 무려 1시간 30분이다. 보통 후보 네다섯 명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모두 합친 만큼의 러닝타임이다.


방송 시간에 한계가 있어서, 지면에 한정이 있어서 1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하더라도 막상 한 줄만 내보낼 수 있는 기사의 관행을 완전히 벗어났다. 묻고 싶은 질문을 순서를 정해 묻고, 웬만하면 재질문하지 않는 관행도 깨졌다. 후보의 이야기를 날 것으로 길게 듣고, 또 후보의 답변을 기반으로 묻고, 묻고, 또 묻다보니 후보의 진짜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기성 언론사에서 이렇게 1시간 30분짜리 대담을 구성할 수 있었을까? 아니 편성받을 수 있었을까? 편성 받았다 하더라도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대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문가를 내부에서 구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파성을 뚫고 좋은 대담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삼프로TV가 답은 아닐지언정, 언론은 또다른 묘책을 갖고 있는가?


전파와 지면은 한정적인 자원이라는 점도, 코로나 속보와 일터에서 스러져가는 젊은이 등 더 중요한 뉴스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언론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자원과 능력을 모두 활용하고 언론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채널을 확장해야 한다. 종이와 TV를 벗어난 콘텐츠도 ‘우리의 영역’으로 끌어안아 키워야 한다. 보통 답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을 ‘배임’이라고 한다.


적어도 내 주변 언론인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언론의 근본적인 역할은 무엇이고, 소위 사이버렉카 유튜버의 조회수도 기성언론을 아득히 뛰어넘는 새로운 세상에서 어떻게 체질 변화를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지. 대개 답은 정해져있다. 하지만 그것이 밥상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걱정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안일함이 문제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 한번 묻는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일부는 김영민 교수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에서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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