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ABC협회 사태가 발생하자 미디어비평지와 방송은 해외로 팔려나가서 포장지로 유통되거나 계란판 생산에 쓰이는 잔지 실태를 폭로했다. 자연스럽게 등장한 질문이 ‘누가 신문을 읽는가?’였다.
지난해 12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신문·잡지 이용자조사 결과에서 만 19세 이상 국민의 13.2%가 지난 1주일 동안 장소와 관계없이 평균 4.0일, 하루 평균 13.9분 동안 종이신문을 읽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신문을 읽은 장소로는 가정(69.9%)이 직장이나 학교(20.0%), 식당·은행(5.8%), 자신이나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5.4%)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첫째는 조사범위가 협소했다는 지적이다. 2021년 신문산업 실태조사에서 파악된, 발행이 확인되는 종이신문은 1676개(1484개 사업체)였는데 이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읽었다고 응답한 신문제호는 302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조사가 불충분했고, 조사가 누락된 지자체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둘째는 사업장 구독률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조사 자체가 가정방문을 통한 면담조사라서 가정구독만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가중치 부여에 대한 지적이다. 동일한 응답자 수이더라도 군단위에서 발행되는 신문과 도단위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똑같은 가중치를 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군단위 주간신문이 대표하는 패널 수와 도단위 일간신문이 대표하는 패널 수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하여 타당한 문제제기는 2022년 조사부터 당연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사실이 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패널은 단순히 가정구독에 대해서만 응답하지 않았고, 다양한 구독경로에 대해서 모두 응답했다. 그 결과 독자가 자발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 경우에는 열독률이 높게 나타났지만 구독의사와 관계없이 무료로 신문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한 경우는 적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겪는 일이다. 수십 명이 지나다니는 사업장 휴게실에 신문을 비치해도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채 폐지로 수거된다. 시사정보를 필요로 하는 미디어이용자들은 종이신문을 펼쳐보기보다는 뉴스포털이나 TV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
신문이 독자와의 유대관계를 잃은 점도 한 이유이다. 혁신만이 생존전략이라고 외치는 해외 일간신문도 아직까지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나 독자퀴즈를 중요한 콘텐츠로 활용한다. 독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구독한 지 만 1년이나 5년, 10년이 지나면 신문사는 독자에게 편지와 함께 작은 기념품을 보낸다. 어차피 신문을 읽던 독자가 읽는다. 조간을 나르는 신문배달원이 12월24일자 신문에 손으로 쓴 성탄카드를 함께 배달하기도 한다. 모두 독자의 반응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번 신문이용자 열독률 조사에서는 유사한 제호가 난립한 지역에서 연초에 폐간된 지역주간신문 제호가 2개 잡혔다. 어처구니없는 결과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독자가 제호도 확인하지 않고 구독하는 것은 제호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의미이다. 구독하는 신문제호를 모를 정도로 자발적 구독이 아니라는 의미도 있다. 읽지 않은 신문은 광고효과도 없다. 신문이 광고매체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독자와의 관계부터 회복해야할 시점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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