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과 연예인들에 대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사생활 폭로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이번에는 기자의 사생활까지 무차별적으로 침해했다.
가세연 채널은 돈이 된다면 대상자들의 인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특히 정치적 목적이 있을 때 ‘사실 검증’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의혹을 자극적으로 부풀린다. 가세연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갈등 관계인 이준석 대표를 비판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 대표가 ‘박근혜 키즈’로서 정치적 배경을 이용해 한 벤처기업인으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가세연의 주장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과 별개로 가세연이 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 MBC 기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고 이 대표가 성상납을 받을 당시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한 대목은 심각한 문제다. 가세연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방송 이후 해당 기자가 좌파 성향이라는 주장의 글들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고 가세연의 해당 콘텐츠로 조회수도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가세연의 MBC 기자 언급이 이 대표의 정체성을 공격해 윤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 구독자들의 지지가 유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와 MBC 기자가 사적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그의 성상납 의혹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는 점, 사실 여하를 떠나 당사자의 명예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가세연은 이 콘텐츠로 구독자수가 늘어나고 조회수가 늘어나 상당한 수익을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해당 기자는 영문도 모른 채 초상권과 성명권이 크게 침해되는 피해를 입었다.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가 즉각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터넷 포털에서는 이 대표와 해당기자의 이름이 연관돼 검색되고 있다.
유명인들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들춰내 대중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가세연의 행태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2018년 이래 반복적으로 이뤄져왔다. 가수 김건모, 방송인 유재석, 김태호 PD 등 무수히 많은 인사들이 가세연의 추측성 폭로의 희생양이 됐다. 가세연의 행태는 알 권리나 합리적 검증과는 거리가 멀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 추대됐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의 혼외자 폭로와 이어진 행태는 돈벌이 앞에선 ‘인간에 대한 예의’같은 가치는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가세연의 황폐한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 교수의 가정사를 파헤치는 것으로 모자라 아이의 실명과 생년월일, 얼굴 사진까지 공개했다. 조 교수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에 한 진행자는 “강간범을 밝히는데 일생을 바치겠다”며 희롱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악질적인 스토커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이런 가세연의 행태에 대해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한 사람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으며 관음과 배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혐오방송”이라고 일갈했고, 작가 홍대선씨는 SNS를 통해 “가세연은 (타인에 대한) 이해나 예의를 발휘할 상상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 마디 더 보태거나 뺄 대목이 없다.
가세연에 기존 언론과 같은 높은 수준의 윤리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8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영향력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베풀어야 할 관용은 없다. 범법 행위가 있을 경우 강력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저열한 행태, 정신적 폭력행위를 방관하고 있는 유튜브 역시 이들의 콘텐츠를 엄격히 심사해 강력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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