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의 언론 사유화와 편집권 침해 의혹으로 중도일보 내부와 지역 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기자들의 비판 성명과 사측의 사과문이 지난 10일자 중도일보 지면에 실리며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실질적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기자들과 지역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중도일보 언론 사유화 의혹은 지난달 18일 대전충남민언련의 문제제기로 드러났다. 중도일보는 모회사인 부원건설이 대전 도시개발 사업 과정에서 학교용지 허가 문제를 놓고 대전시교육청과 갈등을 빚자 지난 10월 7회에 걸쳐 시교육청을 겨냥해 <신뢰도 최악 대전 학교설립행정 이대론 안 된다>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다.
또 지난달 8일 정기현 대전시의원이 “대전시장과 대전교육감, 김원식 부원건설 회장이 ‘아파트 공급 후 학교용지 확보’ 밀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부원건설은 이를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여기에 김현수 중도일보 대표이사,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중도일보 기자가 동행했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중도일보 기자들의 목소리와 사측의 입장이 나오기까지 20여일이 걸렸다. 그 사이 대전충남민언련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중도일보 사옥 앞에서 중도일보의 편집권 독립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7일 대전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전교조대전지부, 민변 대전충청지부 등 대전 시민단체들은 중도일보에 항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외부의 비판에도 조용한 편집국과 회사에 참다못한 기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9일 한국기자협회 중도일보지회는 언론 사유화 논란에 대한 긴급총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긴급총회 개최에 앞서 유영돈 사장은 기자들에게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일보 A 기자는 “민언련 성명과 회사 앞 1인 시위를 보며 부끄러웠고,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일이 처음이라고 볼 수도 없다. 기자마다 체감은 다를 수 있지만 그동안 부원건설의 일을 기자들이 나서서 처리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평기자들끼리 의견을 모으려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회에서 총회를 열자는 얘기가 나와 차장 이상들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며 “총회에선 이번 일을 비롯해 사주인 건설사와 편집국이 분리되지 않았던 상황들에 대한 불만이나 힘든 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사주의 언론 사유화와 편집권 침해는 중도일보만의 일은 아니다. 이미 대부분 지역언론에 건설사가 대주주로 들어오면서 비슷한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대표는 “지역 신문사와 방송사는 경영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어 독자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특히 건설자본은 언론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공적 책임 의식이 전무하고, 본인들의 사적 이익 추구에 앞서 있다. 중도일보 혼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지역언론들이 다 같이 행동하고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도일보 사측은 지난 9일 사과문에서 부원건설, 대전시의원과의 자리에 기자가 동행한 것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작 윤리강령’ 준수 방침, 공정보도 위원회 신설, 편집권 독립 감독 시스템 구축 등 대책을 제시했다. 이성희 중도일보 지회장은 “총회에서 기자들이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편집·보도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왔다. 지회 차원에서 관련 기구를 구성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중도일보 기자들은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도일보 B 기자는 “편집권 독립이라는 게 선언만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회사 자체적으로, 기자들끼리라도 소통을 많이 하면서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노조가 없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편집권 침해에 대한 기자들의 문제의식을 대변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며 “기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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