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배고픈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예술·전시 관련 정보를 전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은 어떨까. 2018년 5월 창업한 ‘널 위한 문화예술’(널위문)은 그런 콘텐츠 회사다. 약 4년을 버텨 현재 2개 유튜브 채널에 구독자 약 5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예술을 뒤바꾼 ‘벌거벗은 여인’>, <당신이 몰랐던 핑크 색의 비밀?>, <2021년 가장 핫한 전시 살바도르 달리 전시의 모든 것!>처럼 예술·예술가에 얽힌 이야기, 전시 리뷰·추천, 꿀팁 등이 주요 콘텐츠다. 오대우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널위문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예술을 더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미디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대학시절 우연히 조교실에서 본 잡지가 시작이었다. SBS 스브스뉴스 인턴, 대학교 극장 조교를 병행하던 시기 ‘월간 객석’ ‘월간 춤’을 폈다가 “타깃이 내가 아니다” 싶었다. “20대를 위한 문화예술 공론장이 없다”는 생각에 친구 20여명과 크루를 꾸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단·연극계 성폭력’ 등 시사 이슈를 다루는 영상을 제작하고 페이스북으로 선보였다. 창업보단 콘텐츠 제작 자체의 의미가 컸던 시절. “계속 하고 싶다는 욕심”에 수익모델도 없이 투자처를 찾다가 미디어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에서 6개월 가량 코칭을 받은 후 시드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창업 후 ‘시각예술’ ‘지식교양’으로 핵심 콘텐츠 성격이 변했다. 논쟁과 비평 대신 ‘서비스’로서 지향을 분명히 한 노선이다. “공론장 성격을 잘하는 미디어가 따로 있는데, (우리가) 할 필요는 없고 살아남는 방식도 다르다고 봤다.” “‘곽두팔’씨는 아니지만 ‘김지현’씨는 보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타깃 페르소나를 설정해 공유하고 콘텐츠를 만든다. ‘이번 달에 전시 한번 볼까’ 하는 분들 삶에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었는지 데이터로 보려한다.” 이 기조 아래 모 채널 성격의 ‘널 위한 문화예술’(구독자 24만1000명) 유튜브 채널이 관람 시장에 집중한다면 ‘예술의 이유’(24만5000명) 채널은 (교양)교육 부문에 천착한다. 모 채널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별도 채널로 독립·분화시키는 식이다.
특히 “쉽고 재미있고 친절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콘텐츠엔 단문을 쓰고 고유명사도 최대한 배제한다. ‘인상주의’ 같은 용어도 모른다고 가정한다. 이는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콘텐츠 회사가 타 예술 유튜버나 전문가에 비교우위에 서는 방법론이다. “버티컬미디어는 ‘화법 싸움’인데 저흰 더 많은 사람들을 예술과 잇는 역할이라고 봐서 공격·분석적인 화법을 택하지 않았다. 영상 설계 시 기억에 남길 딱 한 문장을 뭘로 할지 의논한다. 다양한 맥락 전달이 아니라 한 맥락에 맞춘 최적의 정보 배치를 고민한다. 스토리텔링 자체를 핵심 프로덕트로 본다.”
현재 널위문의 수익 대다수는 B2B, B2G에서 나온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대중 일반에 선보이고 광고로 수익을 얻는 유튜버와 다르다. 회사 매출 50%가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나온다. 30%는 연간·턴키 계약으로 콘텐츠 제작을 해주는 데서 발생한다. “유저가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 제공해야 하기에” 수익과 무관한 콘텐츠도 생산하지만 주 고객은 기업·관공서 등인 셈이다. 오 대표는 “미술관이 주요 클라이언트일 거라 봤는데 대기업 문화재단이 많다. 명화가 담긴 달력 제작 콜라보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 페인트 업체가 협업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예술로 브랜딩을 하려는 곳은 상상이상으로 다양하다”고 했다. 지난 9월 미술전시회 티켓 등을 상당 할인가로 판매하는 사이트(artculture4u.co.kr)를 오픈, B2C 진출도 한 상태다.
“발로 뛰어야지만 수익이 나는 건 콘텐츠 스타트업의 딜레마다. 성장을 위해선 불로소득이 필요한데 티켓에 프라이빗 도슨트 등 경험을 함께 판매하는 커머스를 시작했다. 1시간에 1000장씩 티켓이 팔리며 3개월만에 매출 20%까지 성장했다. 올해 1분기 대비 4분기 매출이 3배 늘어났다. 저작권 까다롭기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 재단에서 컨펌을 받고 만든 영상이 호평받으며 타 재단과 일도 잘 풀리는 등 좋은 IP(Intellectual Property)의 영향도 경험한 한 해였다.”
널위문은 “핵심 역량이 제작이 아니라 기획”이란 판단에 올해 큰 변화를 감행했다. 콘텐츠 회사이지만 인하우스 제작 조직을 없앴고, 구성작가 10명·영상 편집자 6명 등을 외주로 운용하며 자체 제작인력을 최소화했다. 총 6명의 팀원이 기획과 브랜딩, 조직운영, 콘텐츠 품질관리 등 역할만을 맡는다. 2019년 예술 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전시관람 감상평을 나누는 오프라인유저 프로그램 ‘오프더레코드’, ‘에프터뮤지엄’ 등에 한 달 200여명 이상이 참여한 데서 모임 시장의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우린 커뮤니티 스타트업이 아니다’란 판단에 보류 중이다. IP로서 역량에 집중하며 여러 실험을 진행 중이다. 유료 콘텐츠 실험 등 맥락에서 지난 7월 출간한 책은 한 달 반만에 7쇄를 찍기도 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5개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저희에겐 그냥 유통경로다. OTT에서도 관심을 보여 내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중심은 아니다. 디즈니에서 보듯 IP를 잘 만들어두면 어떤 변화에도 브랜드는 남는데 우리도 그럴 수 있었으면 한다. 전시·관람 시장 코로나 특수 등으로 여러 투자 이슈가 있는데 내년엔 더 많은 브랜드를 만들고 스퍼트를 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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