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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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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돌아보며 고마운 분들을 떠올려 봅니다. 올 한 해도 기자협회보는 언론계와 기자사회의 다양한 화두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각계각층,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새삼 고맙습니다.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기자들이 많습니다. 일면식도 없는데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도 언짢아하지 않고, 마감 중에 전화를 받았으면 꼭 다시 콜백을 해주고, 때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속 깊은 얘기를 전해 준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취재가 본업인 기자들이 거꾸로 취재를 ‘당하는’ 경험이 썩 유쾌하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기꺼이 시간을 내주고 질문에 답해준 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고맙습니다. 고민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해줘서 고맙습니다. 바라건대, 더 많은 목소리가 우리를 통해 전해졌으면 합니다. 기자들의 사랑방이 되고 싶다는 한가한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더 나은 언론,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고민을 진지하게 나누고, 교류하고, 때론 깨우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협회보가 그렇게 ‘이용’되길 바랍니다.


취재하면서 자신의 일과 언론의 길을 고민하는 기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기자와 언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어 더 간절히 그런 기자들을 찾아 헤맸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기자가 ‘기레기’는 아니라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고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자들도 많다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허탈할 때도 많았습니다. 당장 포털만 봐도 한숨이 나옵니다. 치밀하게, 치열하게 쓴 기사보다 자극적이고 무익한 기사들이 더 눈길을 끕니다. ‘이게 기사냐’는 조롱과 힐난의 댓글 앞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자꾸 묻게 됩니다. 기자란 무엇인가.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런데 얼마 전 시사인에서 보내온 뉴스레터를 읽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소개한 글에서입니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유배지 흑산도에서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도감입니다. 이준익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었죠. 이 책을 소개한 변진경 기자는 “정약전은 바다생물이 물속에 있을 때의 본모습과 생태를 묘사하고 물 밖에서 그것을 해부해본 결과를 설명하며 인간 삶에서의 쓰임을 꼭 덧붙였다”고 전하면서 그런 모습에서 “저널리스트 정약전”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정약전은 섬사람들에게 주워듣는 정보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어보를 쓰기 위해 청년 어부 장창대와 함께 숙식하면서 바다 주변 생물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대부분은 직접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실학자 정약전이 중시한 건 현장에서 길어 올린 지식(사실), 그리고 민생에 득이 되는 쓰임이었던 까닭입니다.


우리가 찾는 답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약 200년 전, ‘선배 정약전’은 저널리스트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이미 그 길 위에서 스스로 답을 찾으며, 견고한 현실에 조금씩 틈을 내고 바꿔보려 노력하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외롭게 남겨지지 않도록 더 많이 듣고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정약전에게 벗이자 동료였던 창대가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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