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0년차 이하 기자 18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쥴리’란 예명으로 술집에 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쓴 자사 보도에 대해 개인의 일방적 주장을 증거제시와 반론청취 없이 인용했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기자들은 지난 10일 성명에서 “내용부터 과연 공직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사안인지 의문이 들고 있다”며 “공직후보자 가족의 도덕성 검증이라 하더라도, 민감한 사안에 관해서 한 개인의 일방적 주장만을 받아쓰는 데 그친 기사”였다고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의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협회장 인터뷰를 단순 인용보도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안 전 회장은 1997년 강남 한 유흥주점에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고, 이 자리에서 ‘쥴리’ 김건희 씨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쥴리’ 의혹의 대선후보 검증 대상으로서 적절성, 24년 전 일에 대한 주장의 신빙성 여부 등을 두고 존재하는 비판과 궤를 같이 한다.
기자들은 ‘쥴리가 김건희’란 주장을 증명하는 데 “제보자 1인의 진술 뿐”이고 “다른 진술이나 출입기록 내지 사진 등의 다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보자가 “이재명 후보에게 태권도를 지도한 인연”을 언급했던 만큼 “추가 검증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김씨가 타 매체에 해명한 입장만 담긴 점을 언급, “특정인의 사생활을 겨냥한 보도인 만큼” “당사자 반론 청취가 어렵다 하더라도 캠프 측 입장 내지 반론 취재 여부를 명시했어야 한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기사가 야기할 수 있는 여성혐오적 인식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기자들은 “기사가 정말 말하고 싶던 것은 ‘술집여자였던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감이 아니다’라는 이야기 아니었나. 그것이 진의가 아니더라도, 이미 이 기사의 의도는 그렇게 소비되고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기사를 쓴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14일 통화에서 “단순히 술집 출입 여부가 아니라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을 매개로 김씨 등이 한국사회 유력인사들과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나오는 게 ‘쥴리’ 의혹”이라며 “검증대상이 아니란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안 전 회장은 최초 실명 인터뷰일 뿐이지 이미 두 번이나 ‘열린공감TV’ 등을 통해 익명의 증언이 나왔다”며 “익명은 신뢰성이 약해 보도하지 않았지만 신분이 명확하고 실명을 건 만큼 신빙성 있는 증언일 수 있다고 보고 인용보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 기자들 논리대로라면 6월 뉴스버스의 김건희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도 비판성명을 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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