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민참여 보장' 입법 가시화

언론특위 정책토론·공청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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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과정에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인이 된 이용마 MBC 기자가 생전에 ‘국민대리인단을 통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주장한 이후 KBS와 MBC에서 사장을 선임할 때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해 왔는데, 이를 ‘관례’에 맡길 게 아니라 법에 아예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언론특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언론특위 핵심 의제 첫 정책토론회에서 “민주당은 가장 우선적인 제도 개선 과제로 이 문제(공영방송 거버넌스)를 설정하고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 5단체도 “‘시민 참여’에 기반한 사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을 언론특위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내년 3월 대선 전에 입법이 완료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금이 바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의 최적기”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가 열렸다. /뉴시스


이미 21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전혜숙·정필모 의원 등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추천 과정에 시민 평가를 반영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고, 김종민 의원 또한 ‘시민참여’와 ‘전문가 숙의’를 결합한 방식을 공영방송 임원 임명 절차에 규정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원 안은 방송통신위원회에 10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추천위원회’를 두고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때마다 이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0명의 위원이 숙의를 거쳐 5배수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시민추천위원회’가 다시 2배수로 후보자를 압축하면 임명권자가 이 중 1명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 골자다.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시민참여 공영방송 사장 추천 방식의 제도화’라는 입법 목적은 다르지 않고, 이는 사실상 민주당의 당론에 가깝다.


6일 미디어 거버넌스 개선 등과 관련해 열린 언론특위 공청회에서도 핵심 쟁점은 시민참여로 모였다. 정필모 의원은 “시민추천제도가 지고지순한 제도는 아니”라면서도 “공영방송의 정치적 병행성, 정치적 후견주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한 번 시도해 보고 필요하면 보완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몫 패널로 참석한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도 “적어도 (방송법 등) 공영방송 이사회 기능에 ‘사장 선출 시 시청자평가위 또는 시민평가위 결과 반영’ 조항만이라도 넣어줬으면 한다”면서 “이를 위해 EBS 사장 추천권을 지금은 방통위가 갖고 있는데 (KBS, MBC와) 동일하게 이사회에 주고 시민에 추천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시민참여 방식에 회의적이다. 특히 인구통계학적 방법에 의한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시민추천단을 구성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아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 정회용 의원은 “(인구·지역별) 무작위로 선정하면 대표성을 갖출 순 있겠지만 전문성은 우려된다”고 했고, 황보승희 의원도 “중요한 결정을 하는 권한을 가진 분들이 전문성 없이 상식만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몫 패널로 참석한 천영식 펜앤드마이크 대표 또한 “무작위 추첨은 위험하다”고 했고,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위험한 생각을 가진 분에게 회사 결정을 맡길 수 없다”며 “시민참여를 언젠간 해야 하지만 현재 단계에선 시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힘 측에선 ‘지역 분권형 이사’와 사장 선임 등 중요한 의사결정 시 과반 찬성이 아닌 3분의2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관한 반론도 있었다. 최영묵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는 “무작위 추천으로 선출된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의 적임성을 판단하는데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KBS 사장 임무는 국민 상식에 통하는 방송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위원도 “KBS와 TBS, 연합뉴스에서 사장을 뽑으면서 시민평가위원회를 운영했는데 방송사의 동일성, 획일성으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시민의 요구를 듣고 공정성을 지적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는 시민이 물어보고 싶은 걸 묻고 항의할 수 있는 경로란 점에서 중요한 절차이자 과제”라며 “이게 어떤 점에서 편파적인지 반대하는 분께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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