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언론중재법이 뒤덮은 2년이었습니다. 제47대 기자협회장 임기 시작 한 달 만인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엄습했습니다. 시상식·기념식·체육대회 등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고, 회원들과의 만남도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중단으로 광고가 끊겨 언론사는 경영난에 시달렸고, 회원들은 마스크가 없어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려가며 취재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긴급하게 마스크 5만장을 구입해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대구·경북부터 순차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어려움에 빠진 우리 회원들의 버팀목, 기댈 언덕이 되어 드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의기소침한 우리 회원들을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권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언론학의 기초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는커녕 충분한 논의도 없이 실효성 없는 누더기 법안으로 소모적 논쟁을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기자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만 키웠습니다. 결국 기자협회가 앞장서 여당의 강행 처리를 막아냈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저지,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의 일반법 전환, 팩트체크넷 예산 확보 등을 위해 문턱이 닳도록 국회를 드나들었습니다. 기자를 폄하하는 세력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선 성명, 항의 방문 등으로 단호하게 대응했고, 상처 받은 회원들을 보듬었습니다.
옛날 기자들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자들은 돈도 없고, ‘가오’도 없습니다. 언론 신뢰도는 바닥이고 기자들의 사기도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자들 탓이 아닙니다. 포털이 지배하는 기형적인 언론생태계, 불신의 늪에 빠진 언론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지난 2년, 회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으로 기자협회는 변화하고 혁신했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딛고 이뤄낸 성과입니다. 앞으로 2년간 실천할 공약 20개를 만들었고, 이 가운데 주요 공약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일그러진 언론 생태계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 언론 생태계와 뉴스 유통시장을 정상화시켜 회원들의 기사가 제대로 평가받는 환경을 만들고 발생되는 이익도 기자들의 복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둘째,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주요 언론 현업단체들과 함께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국회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막아내고 궁극적으로 언론인 스스로 자정이 가능한 엄격한 자율기구를 만들어 대국민 언론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셋째, 테크미디어기업 퍼블리시를 통해 디지털 뉴스생태계 대응과 저널리즘 발전 그리고 저널리스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넷째, 기자의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겠습니다. 기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자의날(5월20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도록 추진하겠습니다.
다섯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겠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이 등장하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반드시 바꿀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여섯째, 지역언론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22년 시한이 만료되는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바꾸고, 지역신문 경영 안정이 건강한 지역 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는 것을 정부 당국에 설득하겠습니다.
일곱째, 제20대 대통령 후보 합동토론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협회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도록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추진하겠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2년 8개월 후 환갑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광과 오욕이 뒤섞인 역사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자협회, 그 시작은 2021년 12월 13일입니다. 꼭 투표하셔서 기자협회의 새 역사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동훈 제48대 한국기자협회장 후보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