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프로젝트는 알리는 게 인지상정”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닌 ‘여.돕.여’가 당연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적은 돈이지만 단 1초의 고민 없이 바로 펀딩 참여 완료”
한국일보의 젠더 전문 뉴스레터 ‘허스토리’가 최근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프리미엄 뉴스레터 구독 등을 내건 크라우드 펀딩은 오픈 10분 만에 목표액(50만원) 100%를 채우고 이틀 차엔 1000%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고, 소셜미디어엔 “후회 없는 소비”를 인증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여.돕.여’는 허스토리가 지난달 4일 시작한 인터뷰 시리즈다. “정치·대중 문화·창업·커리어·리더십·지역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10명의 이야기”를 담는 게 취지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인 핫펠트 인터뷰를 시작으로 지난달 18일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인터뷰 기사가 공개됐고, 8명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다. 그런데 이 8명의 인터뷰는 일반 독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프리미엄 뉴스레터를 구독해야만 나머지 8명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직 뉴스레터로만 읽을 수 있는 한정판 콘텐츠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인터뷰를 기사로 출고할 계획이 없다.”
류호정 의원 기사가 공개된 날 텀블벅에선 ‘여.돕.여 프로젝트’ 펀딩이 열렸다. 프리미엄 뉴스레터 구독을 포함해 직접 제작한 팔찌와 배지 등의 굿즈, 소장용 인터뷰 책자, 에필로그 파티 참석 등 다양한 리워드로 구성됐다. 펀딩과 리워드 기획 등은 문화기획업체 ‘다시부산’과 협업했다. 허스토리는 오는 23일 펀딩이 종료된 뒤 내년 1월 첫 주부터 8주간 후원자에게만 인터뷰 전문, 10분 안팎의 인터뷰 편집 영상, 인터뷰어의 노트로 구성된 프리미엄 뉴스레터를 발송할 예정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는 2월 말, 메타버스를 활용한 독자 모임도 계획 중이다.
이를 일종의 유료 구독, 멤버십 후원 모델 실험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허스토리가 더 관심 있는 건 ‘독자 커뮤니티’다. 여.돕.여 기획자이자 필자인 이혜미 한국일보 커넥트팀 기자는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허스토리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동시에 독자와 만나 젠더 관점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큐레이션 뉴스레터에서 역할과 범위를 확장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료’라는 진입장벽을 만든 것 또한 이런 고민과 연결돼 있다. 프리미엄 뉴스레터를 구독하기 위해선 최소 8000원을 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비용(또는 수익) 그 자체가 아닌 ‘지불 의사’다. 이 기자는 “돈을 내야 볼 수 있다는 조건보다 돈을 내서라도 우리 커뮤니티에 함께 할 독자가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 컸다”고 말했다. 여기에 응답한 후원자가 펀딩 13일째인 30일 기준 195명이며, 모인 금액은 약 700만원이다. 후원자 ‘응비’는 “2022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이 기자는 “7개월 넘게 뉴스레터를 보내면서 ‘지치지 말고 계속해달라’는 피드백을 제일 많이 받았다”면서 “기자로서 해보지 않은 일들이어서 힘들긴 하지만, 뭔가를 계속 시도해서 피드백이 계속 나오는 구조를 만드는 게 독자를 잘 이해하고 또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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