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 10명 중 여성 기자는 2명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최근 발간한 <저널 W> 2021년호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조사 대상 29개 언론사의 부서장(부장/팀장/부디렉터) 가운데 여성 기자의 평균 비율은 16.1%였다. 전체 658명 중 106명에 불과한 수치로, 2년 전 14.6%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중앙일보(36%), 동아일보(34%), 연합뉴스(33%), 한국일보(31%), 한겨레신문(30%), 서울신문(29%), 경향신문(28%), 국민일보(20%) 총 8개사에서 여성 부서장의 비율이 20%를 넘었고, 내일신문과 스포츠조선, 채널A, TV조선에선 여성 부서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차장(소규모 팀장)에서 여성 기자 비율 역시 28.3%로 2년 전(24.4%)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일경제신문(67%), 연합뉴스TV(67%), 서울신문(46%), 세계일보(42%), 채널A(40%)에선 여성 기자 비율이 40%를 넘은 데 반해 JTBC와 TV조선에선 여성 차장이 한 명도 없어 언론사 간 큰 격차를 드러냈다. 박민희 여성기자협회 이사(한겨레 논설위원)는 조사 결과를 전하는 글에서 “전반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임원, 국·실·본부장 등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고, 부서장과 차장, 팀장급에서는 여성 비율이 미세하게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실제 부국장(부본부장/에디터/디렉터)과 논설·해설위원은 오히려 2년 전보다 뒷걸음질 친 수치가 나왔다. 2019년 조사 당시 여성 부국장은 18.5%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그 비율이 15.5%로 줄어들었다. 언론사의 오피니언 발언권을 가진 논설·해설위원도 전체 201명 중 여성은 23명(11.4%)에 불과해, 지난 조사(11.9%)보다 수치가 감소했다. 박민희 이사는 “논설·해설위원의 여성 비율이 20%가 넘는 곳은 서울신문, 중앙일보, MBN 3개사이고, 선임·전문기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20%가 넘는 곳은 국민일보, 서울경제신문, JTBC, SBS, YTN 등 5개사뿐”이라며 “임원으로 가면 아예 여성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신문에서 2명, 내일신문, 동아일보, 세계일보, 파이낸셜뉴스, SBS에서 1명 정도가 전부”라고 했다.
그나마 국·실·본부장의 여성 비율은 11.1%로 2019년의 6.9% 비해 가장 크게 늘었다. 박민희 이사는 “지난 9월 말 연합뉴스 인사에서 최초의 여성 편집국장인 조채희 총국장이 취임했고, 10월에는 황수정 편집국장이 서울신문의 3번째 여성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다”며 “서울신문은 국장, 임원을 비롯한 각 부분에서 여성 비율이 고루 높다. 하지만 언론사 전체에서 국·실·본부장이 되는 문턱은 여성 기자들에게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여성 특파원의 숫자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여성기자협회가 올해 처음 여성 특파원 현황을 집계한 결과 연합뉴스(10명), KBS(5명), 조선일보(3명), 중앙일보(2명), JTBC(2명) 등 16개사에서 여성 특파원을 1명이라도 두고 있었다. 서울경제는 오는 12월1일 최초의 여성 특파원을 발령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희 이사는 “최근엔 신입 기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언론사들도 늘면서 ‘언론계 성평등’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며 “여성 기자들이 10년 뒤, 20년 뒤의 포부를 설계하며, 언론사에서의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어야 한국 언론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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