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다. (중략) 적어도 소유 구조나 자체 기사 비중 제도상으로 하자가 될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될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중략) (부산 울산 경남 권역) 이 중에서 한 언론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저희가 부산 울산까지 아우를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건 무리다. (중략) 상대적으로 사세가 큰 부산 지역 언론들이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서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지난 18일 ‘지역언론 포털 제휴 선정 결과와 지역 언론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최근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선정결과에 대해 “언론개혁의 문제가 아니라, 어찌 보면 생존 문제 같은 것이기에, 결국 신청은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 기자는 광고 외 수익처가 전무한 지역에서 다양한 뉴미디어 실험의 실패는 곧 죽음이고, 이조차 수익구조에서 돌파구는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지적, “새로 선정된 지역 언론들은 자기 콘텐츠로 수익을 낼 텐데, 그건 내부적으로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면서 “생존만 담보되면 상당히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지역언론사들이 꽤 있다. (중략) 우리도 노력할 거다. 살아남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평위를 통해 선정 같은 거 하지 말고 일단 다 받아주고 하나씩 걸러내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고 제휴방식 변화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이날 토론회는 최근 포털 제평위가 콘텐츠제휴(CP) 지위 대상이 되는 지역언론사를 선정한 결과가 발표되며 마련됐다. 이번 심사결과의 의미가 무엇이고, 제평위의 역할에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지역언론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한다는 취지다. 지난 4월 제평위는 포털이 지역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 전국을 9개 권역(서울 제외)으로 나눠 권역별로 1개 언론사를 선정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강원도민일보(강원), 국제신문(부산·울산·경남), 대구MBC(대구·경북), 대전일보(대전·충남), 전주MBC(전북), CJB청주방송(세종·충북), JIBS(제주), KBC광주방송(광주·전남) 등 8개 언론사가 지난 12일 결정된 바 있다. 경인지역의 경우 기준 미달로 선정을 하지 않았다.(관련기사: <경인권역 매체들, 기본요건 충족 못해 모두 탈락>)
발제를 맡은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는 이번 지역언론 제휴심사의 한계로 우선 ‘지역규모를 고려지 않은 권역배분’을 거론했다. 그는 “경기·인천, 부산·울산·경남이란 큰 권역이 하나로 묶였다. 강원도와 세종·충북 권역에서 심사를 할 때도 점수 격차가 분명 있었을 텐데 단지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전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CP 제휴에 동일한 지위로 입점했다”며 “권역을 선정해서 권역 안에 있는 언론사끼리 경쟁을 해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언론사를 CP사로 선정하겠다는 데서 온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는 9개 권역 1사 제휴심사가 아니라 지역언론에만 적용되는 점수 기준을 정하고 상회하는 모든 언론사에 순차적으로 CP제휴를 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쇄매체와 방송매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심사’ 역시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김 실장은 ‘매월 200건 이상의 기사 생산량과 이 중 30%의 자체기사 비율, 다시 자체기사 중 80% 이상의 지역자체기사’란 기준을 둔 평가방식에선 시작부터 특정 성격의 매체가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역신문사는 뉴스통신사 기사 전재, 중앙일간지 보도 중 지역과 연관성이 있는 뉴스, 지역자체 뉴스 등으로 지면을 채워야 하는 반면 지역방송은 지역 소식만 전하는 편성 시간대가 명확히 결정돼 있어 자체생산 기사와 지역뉴스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그는 “이번 특별심사는 상이한 매체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심사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특정 매체에 더 유리한, 또는 지역방송의 뉴스 제작 역량이 부족한 권역에서 지역신문의 우위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된 심사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 김 실장은 ‘뉴스 콘텐츠 품질에만 집중된 심사’를 주요한 한계로 언급했다. 전체 배점의 80%를 차지하는 정성평가 항목은 ‘저널리즘 품질 요소(40점)’, ‘윤리적 요소(30점)’, ‘이용자 요소(10점)’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콘텐츠 층위에 집중된 평가방식을 디지털 뉴스 기획·제작·유통 및 자사 플랫폼 관리,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전문인력 확보, 고용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도록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 실장은 “대형언론사만이 갖출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 국팀별 조직 구성 역량을 고려하면 지역언론 뿐 아니라 다양한 제휴매체에 적용하기 어려운 심사기준일 수 있다”면서도 “정체되어 있는 각 언론사의 디지털 뉴스룸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평가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콘텐츠 평가 방식 역시 한번의 심사로 제휴가 결정돼 강등이나 퇴출이 쉽지 않고, “일단 심사가 끝나면 기준을 충족했던 기사의 비중과 분류가 지속적으로 적용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개선해야 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연합뉴스의 포털 CP제휴 강등을 거론, "문제는 제재가 내려진 연합뉴스의 홍보성기사 포털 게재가 포털사의 정기 모니터링과 그 결과에 따른 평가로 지적된 것이 아니란 점에 있다. 연합뉴스에 대한 제재 결정 직후 20여개의 주요 언론이 ‘기사형 광고’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면서 “홍보성 기사(기사형광고)가 연합뉴스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패키지 상품 시장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만연했던 부정행위였음을 방증한다. 외부의 신고로 제평위가 의뢰하는 부정행위 모니터링의 실시 여부와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제휴 심사로만 한정되는 콘텐츠 중심의 평가 방식은 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관련기사: <70점대 받은 연합뉴스, 포털 메인서 사라진다>, <연합, 가처분 결정 전까지 검색제휴 보류>)
이 같은 문제점에 따라 △지역언론 제휴심사가 이번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 2회 진행하는 뉴스제휴심사에 다른 기준을 적용한 지역언론 제휴 심사를 계속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콘텐츠 층위에 맞춰진 제휴심사 기준과 항목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며 △제평위 구성과 권한 변화를 통해 최근 언론현업 5단체가 추진 중인 언론사 통합 자율기구(저널리즘 윤리위원회) 참여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발제에선 지역언론-포털 간의 관계, 특히 유무형의 이득의 관점에서 이번 심사결과의 의미를 평가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 실장은 CP제휴사가 마치 네이버를 사주로 둔 계열사 같은 지위를 부여받는다는 점을 언급, “네이버는 제휴 언론사에게 네이버 뉴스판에 참여시킴으로써 언론사 간 위계를 부여한다. 여기에 제휴 언론사는 네이버를 통해 얻은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언론사 명의의 각종 정치·사회·문화 이벤트를 열고 이로부터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 곳은 바로 네이버”라며 선거 등 이벤트에서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보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영향력을 더 높이 평가”하게 되고, “지역언론사의 CP제휴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 뿐 아니라 지자체, 지방의회, 이익단체에게도 큰 자산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지역언론 제휴 심사가 지역언론의 포털 진출이 아니라 포털이 가진 상징자본과 권력이 지역으로 진출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날 토론 시간은 지역언론, 지역시민단체, 언론학계 관계자 등을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들이 이번 제평위 심사과정의 문제, 지역언론의 어려움과 노력, 개선 지점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전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김명래 경인일보 기자는 발제자의 문제의식에 상당한 공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포털의 지역언론에 대한 차별과 인식 부재를 지적했다. 김 기자는 자체기사에 대한 평가 기준에 문제점이 있다면서 “예컨대 단순 인사나 동정, 행사 기사를 완전히 똑같이 쓰면 안된다는 게 제평위 규정인데, 2010년 MB정부 당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경남신문 행사성 기사에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이 나와 낙마했다. 지역신문이 아니면 다루지 않는 이런 기사를 자체기사가 아닌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이견이 있다”면서 “SNS나 커뮤니티를 받아쓴 기사가 문제가 되는데 클릭수를 목적으로 하는 베껴 쓰기 기사는 그대로 두고 지역에서 정보전달이나 기록차원에서 쓰는 기사를 무조건 배제시키는 기준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기자는 또 “지역신문 노동자들이 네이버에 들어가고자 하는 유일한 이유는 뉴스 수용자, 독자를 찾아보고자 하는 거다. 기사를 잘못 쓰면 욕을 먹고, 잘 쓰면 칭찬도 받고 그러고 싶은데, 지역신문은 보질 않아서 욕하는 사람도 없다”면서 “지역 신문은 자기 존재를 증명을 하면서 먹고 살 일을 찾아야 되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는데 입점을 자유롭게 열되 퇴출과 강등의 문턱 역시 상시적으로 낮추는 구조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포털 제평위 안에서의 정책이나 인적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6기까지 흘러온 구성으로 볼 때 제평위에 지역언론 전문가가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제평위가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제평위원이 되게 하고 자연스럽게 지역언론 관련 이슈, 입점·퇴출을 만드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포털은 점점 뉴스에서 힘을 빼고 있는데, 한 때 우리 사회에서 최고 기술기업이던 언론사들이 기술적 역량을 점점 잃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제평위나 포털뉴스 서비스와 관계 없이 지역민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언론산업 전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9개 권역에서 지금 8개사가 입점을 했고 언론 현업 입장에선 굉장히 핫하고 심각한 문제이지만 지역 뉴스 소비자들이 그 콘텐츠들을 얼마나 소비를 할지 그것도 사실은 저는 굉장히 의문이다. 뉴스 소비자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모든 평가들이 이뤄지지지 않나”라면서 “입점으로 위상이 달라졌다지만 그동안 공적인 책무보다는 수익에 매몰돼 왔는데 들어갔다고 해서 갑자기 지역사회에 변화를 주기 위해 변화가 있을까. 포털의 지역언론 줄세우기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1차적으론 지역언론의 책임이 있지만 지역뉴스에 관심이 없는 지역민들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포털에서 지역뉴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당한다는 점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역민들이 지역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적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크다”고 부연했다.
사회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평위의 역할은 굉장히 기능적이다. 사기업에 대한 공적 역할 요청은 쉽지 않은데, 포털 서비스를 공적 책무를 가진 기업으로 바꿔내기 위해선 입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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