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42) 난 오늘도 '기레기'가 됐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일상적 용어가 된 건지 이제 인터넷 댓글에서 ‘기레기’는 어색하지도 않다. 하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은 썩 좋진 않다. <유류세 인하, 100m 넘는 차량행렬 ‘여기가 주유소 맛집’>. 지난 주말,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취재하고 이런 제목으로 출고한 사진기사 하나로 난 기레기가 됐다. 댓글의 내용들은 이렇다.


‘차량이 뭔 100미터가 넘어? 또 과장하고 부풀리고...하긴 기레기들 하는 일이 그거지.’ ‘세어보니 12~13대 서있네요. 주유기 여러 대이니 10분이면 빠질 듯….’ ‘사진 한 30미터 될 듯. 기레기들 하여튼 ㅋㅋ.’


실제 현장은 100m 넘는 차량이 줄을 지어 문전성시를 이뤘고 사진 자체는 팩트였다. 현장에서 마감 후 기사 댓글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거리를 재 보았다. 큰 보폭을 1m 삼아 걸어보니 100m가 아니라 150m가 넘었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기자를, 기사를 믿지 않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꼬여버린걸까. 오늘도 이렇게 ‘의문의 1패’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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