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 지 다음달 1일이면 꼭 10년이 된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0년간 종편이 걸어온 길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먼저 이번 호에선 종편이 방송산업 전반에 끼친 영향을 각종 통계와 데이터로 살펴보고, 다음 호에선 저널리즘의 품질과 신뢰도·영향력을 중심으로 종편의 성과와 한계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방송사업·광고매출 성장 두드러져… 월 시청률 안정적, 계속 성장 기대
‘시청률 0%, 종편은 종치나’ 2012년 3월, 종편 출범 100일에 즈음해 나온 기사의 제목이다. 분명 이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지상파와 인접한 ‘황금채널’ 배정에 의무송출, 광고 직접 영업 등 ‘특혜 3종 세트’라 할 만한 정책적 지원을 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개국 후 100일간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작 드라마를 비롯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저조 등을 이유로 줄줄이 조기 종영을 했고, 편성표의 거의 절반은 재방송으로 채워졌으며, 잦은 방송사고까지 말썽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대로였다. 이미 2010년 말, 종편 사업자로 4개사가 선정될 때부터 잿빛 전망이 가득했던 종편의 앞날엔 그렇게 암흑이 드리워지는 듯했다.
2021년 현재, 주지하듯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10년, 종편은 사양길에 있는 방송산업에서 이례적일 만큼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고, 그 결과 지상파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내며 유료방송을 넘어 방송산업 전반의 강자로 떠올랐다. “한두 개 빼곤 다 망할 것”이라 자신하던 사람들도, 종편 출범 과정의 불법성과 정치색 등을 비판하며 “출연 불가”를 외치던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 종편 드라마와 예능은 유료방송 역사를 다시 쓰고 있고, 이제는 지상파까지 종편이 주도하는 유행에 편승하고 있다. ‘정치적 기획’의 산물로 탄생해 갖은 정책적 지원 속에 살아남아 현재는 방송계 전반을 호령하게 된 종편은 지난 10년간 어떤 성장사(史)를 써왔을까.
지난 10년, 종편의 성장은 지상파의 쇠락과 대조적이다. 종편 출범 이후 두 번의 대선을 포함한 정치적 변곡점과 비슷한 시기 반복된 공영방송 장기 파업의 여파로 지상파방송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인 반면, 종편은 그 틈을 비집고 방송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개국 이듬해인 2012년 종편의 방송사업매출은 4사를 합해도 2264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엔 9078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S·MBC·SBS 지상파 3사의 방송사업매출은 3조233억원에서 2020년 2조 7556억원으로 2677억원이 줄었다. 점유율 변화도 컸다. 전체 방송사업매출에서 종편 4사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1.83%에서 2020년 5.04%로 3배가량 성장했으나, 지상파 3사의 매출 점유율은 24.48%에서 15.30%로 크게 감소했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광고매출을 봐도 종편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2020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광고비는 2015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종편 광고매출은 2019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보고서와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종편의 광고·협찬매출은 2012년 1926억원에서 2020년 6350억원으로 3.3배 성장했다. 특히 JTBC와 TV조선의 광고매출은 4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지상파TV 전체의 광고매출은 2조2304억원에서 1조1645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방송광고비 시장 점유율도 지상파TV가 53.20%에서 32.74%로 급감할 동안 종편은 4.59%에서 17.85%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대비 종편 점유율은 32.95%로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방송광고 시장 전반이 축소됐음에도, 종편만 유일하게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도 그렇다. 2011년 12월 개국 첫 달 종편 4사의 합산 시청률은 겨우 1%에 불과했으나(TNMS, 전체 가구 기준) 올 10월엔 TV조선 한 채널의 월평균 시청률이 1.4%였다. ‘2020 방송산업 영상백서’에 나온 채널별 연간 가구 시청률을 보면 지상파 채널 합계 시청률이 2013년 19.15%에서 2019년 11.90%로 떨어질 동안(닐슨미디어코리아, 전체 가구) 종편은 3.45%에서 4.98%로 올랐다. 2019년 시청률 기준 최상위 유료방송 채널은 종편 4사가 나란히 차지했다. ‘2020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는 종편의 보도, 드라마, 예능이 균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월별 시청률 추이도 CJ ENM 등에 비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월별 시청률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광고예산이 안정적으로 배정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21년 이후에도 종편 4사는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물론 10년간 종편 4사가 항상 똑같이 웃었던 것은 아니다. 완만한 성장세를 보인 곳이 있는가 하면, 크게 부침을 겪은 곳도 있다. 종편 출범 후 10년간을 크게 세 지점으로 나눠서 보면 이렇다. 먼저 초반 4~5년, MBN이 우위를 점한 시기다. 기존에 경제TV를 운영한 경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출발을 보인 MBN은 ‘황금알’, ‘동치미’류의 집단토크쇼를 내세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종편은 물론 유료방송 채널을 통틀어 채널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시청률, ‘2020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2016년 JTBC, 2019년은 TV조선… 드라마·예능부문 독보적 성과
2016년 말부터는 JTBC가 급성장했다. JTBC는 이미 개국 직후부터 ‘아내의 자격’, ‘히든싱어’처럼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히트작을 내며 다른 종편과는 차별화된 길을 걸었다. 투자하는 제작비 규모부터 타 종편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차원이 달랐다. 그러다 2016년 메인뉴스인 ‘뉴스룸’ 시청률이 10%에 육박하며 엄청난 경쟁력과 영향력을 동시에 갖게 됐고, 덩달아 채널 경쟁력이 올라가며 tvN은 물론 지상파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2019년 최고의 화제 몰이를 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최종회에서 23.8%의 시청률을 찍으며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정점을 찍었던 매출은 2019년부터 감소 중이고, 영업이익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이뤄진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JTBC는 2019년 기준 자본 92%가 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중·단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방안 수립’을 재승인 권고 사항으로 부과받기도 했다.
JTBC가 물러난 자리는 TV조선이 넘겨받았다. 두 매체의 투자 전략은 처음부터 달랐다. 개국 직후 100억원을 투자한 드라마 ‘한반도’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조기 종영을 한 뒤로 TV조선은 철저하게 ‘가성비’ 전략을 취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종편 4사 중 직접 제작비 규모가 거의 꼴찌였을 만큼 ‘저가형’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19년 ‘내일은 미스트롯’이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019년 TV조선 방송사업매출은 1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억 이상 늘었고, 2020년엔 전년 대비 40.3%인 752억원이 늘었다. 영업이익 또한 589억원으로 종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덩달아 제작비도, 인력도 늘어났다. 닐슨코리아의 2020년 4분기 TV 채널별 가구 시청률에서도 TV조선은 2.25%로 KBS1TV(4.04%)와 KBS2TV(2.67%)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TV조선은 개국 이후 2018년까지 유료방송채널 시청률 상위 10위권 내에 단 한 편의 프로그램도 들지 못했으나, 2019년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2020년엔 ‘미스터 트롯’과 ‘사랑의 콜센타’ 등 무려 5개의 프로그램을 진입시켰다. ‘미스터 트롯’이 기록한 35.7%의 시청률은 유료방송 신기록이다. 파죽지세로 치솟던 TV조선 시청률은 올 2분기 들어서부터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지난주(11월8일~14일) 종편 주간 시청률 10위권 내에 6개의 프로그램이 들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다.
종편 4사 중 가장 극적인 변화가 없었던 곳은 채널A다. ‘도시어부’, ‘하트시그널’, ‘강철부대’ 등 꾸준히 히트작을 내긴 했지만, 큰 ‘한 방’은 없었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손실이 계속되면서 개국 이후로 줄곧 적자 행진이다.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앞두고 채널A에도 극적인 반등이 필요한 이유다.
방통위는 2010년 종편 사업계획을 밝히며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를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종편이 여러 특혜와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이례적일 정도의 성장을 기록한 건 맞지만, 이것이 방송산업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지난 10년이 희망적이었다고 해서 앞으로의 10년이 긍정적이란 보장 또한 없다. TV 시청층의 고령화, 방송광고 시장의 위축 등 종편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새로운 10년의 첫해가 될 2022년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의 계절’을 맞아 종편은 또 한 번 전기를 만들며 생존을 넘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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