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 간 건설노조 관련 취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균형감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여기서 ‘균형’의 의미는 물리적 균형이 아니라 일종의 ‘화학적 균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건설노조원들은 자신들이 현장에서 벌여 온 각종 탈법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벗어나기 힘든 ‘비정규직’의 굴레 때문이었다고 말입니다. 반면 노조에 가입조차 못하고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이들은 ‘이게 다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입장 차이가 큰 양쪽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문제가 결국 불안한 일자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결론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명제를 팩트로 입증하는 과정이 그렇게 쉽진 않았습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저희가 지난한 서류검토 작업과 현장 취재를 병행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건설현장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질 또한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조 안팎에선 갈등이 바람 잘 날 없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노조 자체의 정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원청에서부터 시작하는 건설 시장의 각종 안 좋은 관행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고 힘들었던 취재를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사회부의 강철원 부장께, 그리고 본 기획을 정말 잘 이끌어주신 저희 팀 윤태석 차장께, 강력한 추진력으로 저와 같이 해 준 김영훈 기자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