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공정인가.” 지난 9월 한 달간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이 수없이 되뇌었을 말이다. 억울한 죽음을 막겠다며 병상을 모조리 내어 준 민간 병원들, ‘병상 동원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병상을 내놓은 대형 병원들 모두 정부의 갑작스러운 ‘손실보상금 삭감’과 ‘파견 의료진 인건비 지원 중단’ 지침에 좌절했을 것이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200명대를 유지하던 지난 6월 전담병원에 대한 보상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7월분부터 손실보상금을 대폭 줄이고, 10월분부터는 파견 의료진 인건비 지원까지 끊을 계획이었다. 평택의 한 전담병원은 8월30일 지급된 7월분 손실보상금이 ‘0원’인 것을 확인하고 정부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기자에게 억울한 사정을 털어놨다.
그렇게 <“손해까지 감수하라니”…코로나 전담병원 취소 요청>이란 기사가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첫 기사가 나온 후에도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전담 병원 지정 취소를 요청한 병원을 설득하려고만 했다. 파장이 거세지자 그제야 9월27일 손실보상심의위를 열어 변경한 지침을 다시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만일 이 사안이 제때 기사화되지 않았다면 10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전담병원들은 줄줄이 지정 취소를 요청했을 것이고,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한 작년 대구·경북 사태가 수도권에서도 재현됐을 것이다. 그사이 억울한 죽음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번 보도를 통해 한 건의 기사가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제도의 변화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진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최해민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