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기 전까지 루틴이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는 일입니다. 기상 정보에 따라 옷을 더 입거나, 우산을 챙기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상청 예보에 불만이 많을 때도 많았지만 대체로 그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기상전문가와 대화하던 중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상관측장비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러 공공기관이 비슷한 장비를 설치하고 있고, 극히 일부만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들이 항상 얘기하는 “예측은 제대로 된 관측에서 나온다”라는 명제를 뒤집어 봤습니다. “관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측 또한 부정확하다”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기상관측 자료를 당연하게 받아써 온 기자로서도 위험한 가설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예측하기 힘든 자연재해 속에서 이 작업부터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막무가내로 나열된 정보가 팩트로서의 가치로 거듭나기까지, 지난한 검증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기상청도 모르는 관리 사각지대의 기상장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부실관리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 기관들이 기상장비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현재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일으키는 결과는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금으로 설치된 기상관측장비가 올바르게 활용될 때까지, 그 정보들이 100% 국민에게 제공되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취재를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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