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목표… "고품질 정보, 지불의사 분명"

[미디어 뉴 웨이브]
'한국판 서브스택' 넘어
쇼피파이 모델 삼는 '미디어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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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피어 임원진이 서울 중구 명동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정수 CSO(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이성규 CEO(전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김경달 COO(네오캡 대표)의 모습. /이성규 대표 제공

올해 미국에선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이 부상했다. 소속매체를 퇴사한 유명 언론인이 잇따라 콘텐츠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지난 2월 기준 유료 구독자 수 50만명 이상, 상위 10개 채널은 연간 100만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하며 미디어산업 측면에서도 의미가 컸다. 이른바 ‘구독 경제’의 부상, 독자가 지불한 구독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취를 보인 사례로서 상징적인 행보였다.

지난 5월 서브스택의 한국 버전이라 할 플랫폼 미디어스피어가 론칭했다. 트래픽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광고 주도 수익모델’은 콘텐츠 품질 향상에 동기부여를 하지 않고 지식정보 콘텐츠 생태계를 황폐화 한 만큼 답이 아니란 인식. 답은 ‘독자 수익모델’인데 “지식 크리에이터들이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없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지식정보 크리에이터들은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기 어렵고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도 체계적인 회원·콘텐츠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는데 돕는 곳은 없는 문제를 해결코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 근무 시 GNI ‘디지털 성장 프로그램’을 맡으며 세계 언론사에서 독자 수익모델 작동 조건을 많이 배웠고 이후 크고 작은 실험으로 확신을 갖게 됐다”며 “텍스트 콘텐츠 선례가 부족했지만 ‘일간 이슬아’ 등에서 가능성은 봤다. 콘텐츠 공급을 늘리면 증명할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용자로선 개별 창작자들이 모인 포털에 가깝다. 초기 ‘오터레터’ ‘익사이팅에프엑스’ ‘씨로켓’ ‘미디어고토사’ 등 미디어산업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내부 4개 파트너 매체로 시작했다면 최근 글쓰기 콘텐츠 ‘라이팅 듀오’, OTT 관련 ‘제레미레터’, 한국문화 영문 콘텐츠 ‘코리안 익스포제’까지 7개로 늘렸다. 경제, 문화,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분야 파트너를 매주 1~2개씩 늘려 연말까지 20~30개를 채울 예정이다. 이 대표는 “우선은 독자 기반이 단단한 분들 위주로 영입하고 있다. 생활, 문화 같은 범주보다도 니치(niche)한 범위에서 파트너를 계속 찾아가는 게 과제”라며 “나중엔 유튜브처럼 개방형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건강한 지식정보 생태계를 만든다는 정체성에 충실하려 한다”고 했다.


파트너 매체가 된 창작자들은 뉴스레터와 사이트(개별 도메인) 구축 등을 할 수 있는 솔루션과 플랫폼을 제공받는다. ‘미터드 페이월’(일정 수까지 무료, 추가 구독 시 유료)을 기본으로 하는 ‘페이월 시스템’ 역시 지원의 일부다. 콘텐츠·비즈니스 전략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받되 구독수익의 10%를 미디어스피어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성규 CEO(전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강정수 CSO(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김경달 COO(네오캡 대표), 유승철 CTO(개발자), 박상현 CXO(디지털 칼럼니스트) 등 미디어 전문가인 공동 창업자들의 코칭이 한 축이라면 나머지는 ‘블루닷’이란 기술 인프라가 핵심이다. ‘어떤 콘텐츠가 유료 구독을 부르는지’ 등 고민을 덜어줄 ‘보조 대시보드’가 매일 제공된다. 최근엔 ‘BSCS(블루닷 구독전환 지수)’란 지표를 개발, 직관적으로 유료구독 기여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갔다.


“의외로 무료 공개 콘텐츠가 중요하다. 콘텐츠를 끝까지 볼 때 높게 나오는 RES(독자 인게이지먼트 지수)가 높으면 구독으로 많이 넘어오는데 꼭 그렇진 않다. 트렌드 기사가 대표적인데, 이건 이대로 신규 유저를 데려오는 몫을 한다. 유료구독을 반복해서 제안하는 ‘콜 투 액션’도 필요하다. 콘텐츠 유형을 분리하고 상황별로 해법을 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궁극적으로 전환율을 높이고 해지율을 낮추기 위한 지원은 당초 콘텐츠 범주를 넘어 확장하는 추세다. 크리에이터가 늘며 워크숍, 컨퍼런스, 강좌 등 부가혜택을 부가사업으로 만들려는 수요가 커져서다. 창작자-독자 간 미팅은 구독 이탈을 막는 주요 장치이기도 하다. 예컨대 이 대표가 운영하는 ‘미디어고토사’는 초기 가입자 이탈이 나타나던 쯤 ‘런치스터디’란 대학원 세미나 식의 온라인미팅으로 공지 이후 3주간 52%의 유료 구독자 상승이란 성과를 냈다. 구독이 콘텐츠 소비 차원을 넘어 만남이란 수요와 닿아있고, 거의 필수란 점에서 레거시미디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음엔 한국형 서브스택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지식정보 콘텐츠의 ‘쇼피파이(Shopify)’ 모델로 얘기한다. 크리에이터가 여러 상품을 잘 팔 수 있게 여러모로 돕도록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과 만남은 부가혜택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온·오프라인 관계를 강화해 이탈을 막는 장치로서 매우 중요하다. 여기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붙어줘야 해지율이 떨어진다. 단일 매체 구독자를 넘어 타 파트너 매체 구독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 중이다.”


론칭과 맞물려 오픈한 4개 파트너 매체 유료 구독자 총합은 6월 317명, 7월 425명, 8월 565명, 9월 672명을 거쳐 10월22일 기준 약 800명이다. 인당 지불비용은 8000원 가량. 매주 활성 유료 구독자 수는 10~15% 성장세다. 현재 IR(기업설명)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단편적인 현상의 나열로 뉴스 정의가 좁아졌다. 이런 뉴스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 건 맞다. 첫 기대보다 구독자 수가 좀 부족하지만 고품질 정보, 저널리즘에 대한 지불의사는 분명히 형성돼 있고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텍스트에 한정됐지만 오디오 기반 팟캐스트, 인스타 툰이나 영상 기반 크리에이터까지 확장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식 크리에이터들의 자율성과 독립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보미디어 수익 축을 독자로 전환시키고 이로써 고품질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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