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실리콘밸리와 베를린 특파원을 신설한다. 2017년 베트남 호찌민에 첫 동남아 특파원을 파견하고 2019년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보냈던 한국일보는 내년부터 자카르타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와 독일 베를린에 특파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언론사 해외 특파원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특파원 규모를 확대한 한국일보의 시도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특파원 신설의 초점은 기획과 현장성에 있다. 국내에서도 처리 가능한 데일리한 뉴스는 과감히 포기하고 현장성을 살린 기획기사로 차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영태 한국일보 뉴스룸국장은 “IT 쪽 정보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실리콘밸리에 한국 기업도 많이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는 게 가능하겠냐는 한계를 느꼈고, 그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뉴스레터든 영상이든 디지털에 강점을 가진 기자가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럽 특파원을 신설하면서 부임지를 파리가 아닌 베를린으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취지에서다. 이영태 국장은 “독일이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여러 어젠다, 즉 노동, 연금, 통일 등 많은 것을 선도적으로 해온 부분도 있고 유럽의 경제 중심이란 점도 고려했다”면서 “데일리 뉴스가 아닌 국내 이슈와 맞닿은 기획 이슈 측면에선 독일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특파원은 독일 전역은 물론 유럽 각국을 돌면서 기획 중심 취재를 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지원자 공모와 면접 등을 거쳐 최근 특파원 선발을 마쳤다. 2명 모두 10년차 이하로 기존의 다른 특파원에 비교해 연차도 낮아졌다. 이들은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파견될 예정이다. 파견 기간은 기본 2년이며 연장할 수 있다. 이 국장은 특파원 신설을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설명하며 “젊은 기자들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하게 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투자된 기자들이 커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