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이 제작한 부마민주항쟁 다큐멘터리 ‘10월의 이름들’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초청된 데 이어 부산·울산·경남 학생들을 위한 근현대사 교재로 활용을 앞두는 등 작품 내외 방면에서 겹경사를 맞았다. 지역신문사가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 해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시도로서 유의미한 사례다.
국제신문은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10월의 이름들’ VIP 시사회를 개최하고 영상 파일을 부산·울산·경남교육청과 대학·민주화 운동 단체에 무상 기증했다. 부산대, 남포동 일대 항쟁 장소를 따라 걷는 ‘부마길’을 소개하는 등 민주시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부산시교육청은 해당 다큐를 역사체험 교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 역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은 “지역 유산들을 아카이브화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텍스트 뿐 아니라 영상으로 남겨보자는 무모한 도전이었는데 좌충우돌 고생을 거듭한 후배 기자들이 불과 1년 만에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면서 “배급사가 여러 활용 방안을 얘기했지만 지역 유산을 잘 정리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잘 전하겠다는 첫 취지를 살려 무상 기증하는 게 처음 영화에 도전한 의미와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사가 기사를 영화로 제작한 사례 자체가 드물뿐 더러 국내 최대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까지 된 만큼 의미는 작지 않다. 영화는 국제신문 기자 6명이 2018년 8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21차례 보도해 지난해 한국기자상과 한국신문상을 동시 수상한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3’을 토대로 제작됐다. 영화제 세 차례 상영 중 두 번이나 매진이 되고, 시사회에서도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는 등 반응 역시 뜨거웠다.
특히 국제신문으로선 영화제작이란 디지털 관련 경험을 조직에 내면화하는 계기도 됐다. ‘10월의 이름들’ 이동윤 감독은 국제신문 디지털국 기자다. 외부에서 감독을 섭외할 경우 내부에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대학시절 독립영화 제작 경험이 있고, 영화비평 공모전에서 수상 이력도 있던 이 기자에게 감독직을 맡겼다. 다만 또 다른 지역 아카이브 프로젝트 ‘부산말사전’, 뉴스레터 ‘뭐라노’를 진행해 온 디지털국 14명 전원이 함께 고심하지 않았다면 지난 10월 시작된 장편영화(러닝타임 97분) 제작이 수월히 마무리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이 국장은 “디지털국 모두가 같이 만들었고, 기획기사를 연재한 기자들도 섭외 등을 적극 도왔다. 외부였다면 섭외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렸을 것”이라며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증언의 힘을 믿는 영화’란 평을 해줬는데 미사여구나 형용사 없이도 들숨날숨이 표현 된다는 게 영상과 텍스트의 차이로 느껴졌다. 디지털에선 한계 없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만큼 꼭 텍스트가 아니더라도 지역언론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는 시도를 계속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부산 및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이다.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며 2019년이 돼서야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