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낮은 건 정파적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 때문일까, 정파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 때문일까. 최근 나온 일부 연구는 이용자들의 편향적인 뉴스 소비가 전반적인 언론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해장국 언론’은 이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답정너 언론’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런데 이렇게 ‘언론에 대한 불신’과 ‘대중에 대한 불신’을 대립시키는 것이 언론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스 신뢰도에 대한 언론인과 대중의 인식 비교 조사를 수행했다. 박 교수는 20~30대 대학생 및 대학원생 21명과 현직 언론인, 언론 전문가 집단 20명을 대상으로 수용자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각각 진행하고 그 결과를 지난 16일 열린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 ‘저널리즘 신뢰위원회’ 특별 세션에서 발표했다.
조사결과 언론 신뢰도에 관해 대중과 언론 사이엔 “불균형한 이해 혹은 오해가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뉴스의 품질과 정확성 문제와 관련해 언론인들은 “일상적인 보도 속에서 오류가 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반면 수용자 대중은 “언론이 범하는 실수나 부정확함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는 편”이다.
이런 인식차는 정파성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박 교수가 특히 주목한 건 “생각보다 한국 언론은 대중들과 그들이 판단하는 언론 신뢰도 문제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으며” 대중을 전체적으로 “‘편향된 지각’을 가진 집단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박 교수는 “언론의 전문성 문제, 이와 결부된 취재 시스템 개혁, 단발적인 사건 중심적 취재의 지양, 그리고 출입처 의존적인 보도 형태의 문제를 지적하는 대중들의 요구는 모두 이들 대중이 사로잡힌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 탓으로 자조적으로 이해해 버리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포털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의 온도 차도 컸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질 낮은 기사, 선정적인 기사들에 대해 수용자들은 “언론이 상업적 이익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결과”라고 평가하는 반면, 언론인들은 “그것이 수용자 대중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속보 중심 뉴스를 심층 뉴스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에 대해서도 언론인들은 그다지 동의하는 편이 아니었다. 박 교수는 “오히려 대중들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를 원한다’는 바람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다소 이중적이고 허위적인 답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었다”고 전했다.
논문 결론에서 박 교수는 “과연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유지해 오면서 대중들의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던 신념, 관행, 실천의 양상들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과 용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자문하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그 과정에서 대중들에게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함께 질문해 보자. 그동안 저널리즘의 사회적 규범에 대해 동의해 왔던 대중들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그것을 거부하기 시작하였는지를 살펴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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