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에서도 젠더데스크 나올 때가 됐다

[컴퓨터를 켜며] 최승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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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연합뉴스와 관련한 기사를 쓰고 놀란 일이 있다. 그해 10월 연합은 기사에 인물정보를 적을 때 남성은 ‘A(28)’처럼 괄호 속에 나이만 쓰고, 여성은 ‘B(32·여)’처럼 나이와 함께 성별을 병기해 온 방식을 고쳐 남녀를 모두 쓰거나 둘다 쓰지 않도록 표기관행을 개선했다. “여성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남성이 표준’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란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였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행보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그보다 시민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전반적으로 호평 일색인, 본 적 없는 뜨거운 반응이 기억에 남았다.


지난 얘길 다시 꺼낸 이유는 이후 연합 기사에서 ‘젠더 감수성’의 향상을 볼 수 있었던 경험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서다. 예컨대 연합은 여전히 ‘몰카’란 단어를 여전히 기사제목으로 쓰는 매체다. 지난 한 달 내 <싱가포르서 20대 한국인 여자 화장실 몰카로 철창행>, <스페인 왜 이러나...여성들 방뇨몰카 유포도 모자라 무혐의까지>, <뇌물수수·성매매·몰카...6년간 국세청 직원 258명 범죄로 징계>, <미성년자 성매매·몰카까지...성범죄로 옷벗는 軍장교들>, <고교생이 교실서 여교사 5명 치마 속 ‘몰카’> 등 기사가 나왔다. ‘몰카’란 용어가 유희적 의미를 담고 있어 심각성을 느끼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7년 9월 정부는 촬영범죄 표현을 ‘불법촬영’으로 변경했다. 상당 언론이 ‘몰카’란 용어를 쓰지 않고 있기도 하다.

최승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대우


‘젠더 이슈’와 관련한 끊임없이 제기된 비판과 맥락이 연합 뉴스룸엔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은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성착취물이 유통된 텔레그램 ‘박사방’ 보도 시 ‘가해자에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쏟아져도 연합에선 <대학생 ‘갓갓’의 두 얼굴...‘내성적이고 평범한 건축학도’>, 기사가 나왔다. ‘강남역 10번출구 사건’ 후 ‘묻지마 살인’이란 표현에 문제제기가 잇따랐음에도 지난 8월 도쿄 지하철 흉기 난동사건을 소개한 트위터 기사소개 글엔 “‘행복해 보이는 여성 죽이고 싶었다’ 도쿄 지하철 묻지마 칼부림”이라 적혔다. ‘하던 대로 하는’ 관행을 고치지 못하는 문제로 보이지만 수많은 비판을 맞으면서도 변화 없는 태도는 어떤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상당하다.


이 같은 현재는 그래서 연합에 득이 되는가. 보도 내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연합뉴스 300억원 정부지원금을 폐지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분위기는 연합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방증한다. 앞서 언급한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SNS 상에서 ‘연뉴남(연합뉴스 남자 기자)’이란 조롱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기사가 연합에 도움이 될 리는 없다. 이미 사회 주요한 의제가 된 젠더 이슈에 대응해 상시적인 콘텐츠 품질 관리를 도모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다.


돌고 돌아 문두에 언급한 호평으로 돌아온다. 나는 그 호평 속에 연합이 변화를 도모하고 득을 볼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말하는 중이다. 수도권 매체는 물론 지역신문사에서 젠더데스크를 선임하고 전담 기자를 배치하며 적극 대응에 나선 동안 연합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모든 일을 다 기사로 쓰는 것보다 기사 하나가 야기할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게 더 중요한 시대, 젠더 이슈에 대한 매체의 대응은 당위 차원을 떠나 정무적 문제다. 마침 연합에선 새 경영진이 진용을 갖췄고, 첫 여성 편집총국장이 탄생했다. 이제 국가기간뉴스통신사에서 젠더데스크도 나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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