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알다시피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행하는 감사를 말한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검증하는 최고의 정치행위이기에 국민적 관심이 높고, 언론도 보도를 통해 나라 살림과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감시한다. 그러나 매년 국감 기간만 되면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은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언론은 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행태 때문이다.
21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10월9일자 기자협회보는 <국감보도 올해도 겉돈다> 기사를 통해 당시 국감 기사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모 정부부처가 모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이라는 국회 발 기사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재탕’ ‘과장’이란 비난이 제기되는가 하면 과대 포장으로 ‘악의적인 폭로성 기사’라는 비판들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보 사설 격인 ‘우리의 주장’도 국감보도 문제를 함께 비판했다. 언론의 국감보도가 “이른바 ‘경마식’ ‘수박겉핥기식’ 보도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 피상적인 현상 나열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현행 취재 시스템 아래에서는 이런 행태가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 몇 명이 평소엔 상임위 활동에 별 관심을 갖지 않다가 국감 때가 돼서야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보는 국감보도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몇 가지 제언을 하기도 했다. 평소 기자들이 상임위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국감이 끝난 후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행정부가 과연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협회보는 “이와 함께 국감자료의 검증과 행정부 답변의 객관성, 실현 가능성 역시 언론이 끊임없이 촉구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국감과 관련 보도는 어떨까. 21년 전 제기한 문제가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기엔 어쩐지 민망하다. 올해 국감도 여야 간 말싸움으로 여러 차례 파행이 이어지는가 하면, 언론 역시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의존하는 보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엔 정책 국감을, 언론엔 국감과 관련한 심층 해설과 분석 기사를 바라는 것은 큰 꿈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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