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의 시작은 부끄러움이었다. 지난 6월 단건 취재 목적으로 찾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에 눌러앉아 4시간동안 장애인소비자운동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한국 사회는 장애인을 복지의 수혜자, 재활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소비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나 역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그 부끄러움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으로 바뀌어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
실제 장애인들을 만나 들은 얘기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생생했다. 그들에게 어떤 얘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겪은 부당함, 불편함은 한두가지 사례에 그치지 않았다. 뇌병변장애인 정용기씨는 비데, 선풍기, 세탁기로 기자를 이끌면서 몸을 던져 자신의 불편함을 보여줬다. 그는 “장애인들이 참지 말고 불편하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이번 기획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해준 장애인들과 어려운 여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분들이 이 상의 주인이다.
기획에 미처 녹여내지 못한 얘기가 있다. 장애인 내 기술 격차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 중 젊은층을 중심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한 소통을 좋아하고 그것에 능숙한 분들도 있지만, 수어로 해야 소통이 되는 분들도 많다. 기업들이 문자로 응대하는 서비스만 갖추고 청각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되는 이유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에도 전자기기에 능숙치 않은 분들까지 고려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기획의 마지막편에 <끝>이라고 표시하지 않은 이유는 앞으로도 장애인 소비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장애인도 소비자다>란 꼭지를 달아 기사를 쓰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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