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혜린이의 비극, 그 후

[제372회 이달의 기자상] 채지선 한국일보 문화스포츠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채지선 한국일보 기자

성폭행 가해자의 선고를 열흘 앞두고, 여고생 혜린이는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가해자가 온당한 처벌을 받길 원했던 아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겪고도 취업을 위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던 아이였는데 말이죠. 혜린이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어른들은 늦었지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야 했습니다.


혜린이의 부모님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단서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혜린이가 죽기 직전까지 페이스북 단체 채팅방에서 또래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래 집단은 혜린이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폭로했고, 성폭행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혜린이를 비난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혜린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폭행 가해자에게는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이버불링 2차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재판부가 이들에게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고, 재판이 비공개로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어떤 처분을 받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할 유족의 심정은 어떨까요. 지난 2월 ‘혜린이의 비극’ 시리즈 보도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혜린이의 비극, 그 후’ 시리즈를 후속으로 보도하게 된 이유입니다. 기사를 계기로 혜린이를 비롯해 학교 폭력으로 죽어간 아이들의 통계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교육 당국과 피해자 측이 가해자의 처분 결과를 알 수 없는 사법 체계가 변화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을 이끌어주신 강철원 부장과 기획을 함께 일궈 온 박소영, 김영훈 기자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채지선 한국일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