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항일음악을 연주해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는 것 자체가 독립운동이라고 봅니다.”
항일음악으로 직접 학교 종소리를 만든 경남 밀양 미리벌초등학교 6학년 석하랑 학생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다큐 제작 내내 가장 큰 의문 부호였던 ‘과연 한일병탄 이후 백 년이 지난 지금, 여기, 우리의 아이들이 항일음악의 가치와 의의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었습니다. 항일음악 6000곡 대발굴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그 가치를 현 세대가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다면 그 큰 울림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빛바랜 종이에 흐릿하게 남겨진 항일음악들을 어떻게 지금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게 현대적으로 되살려낼 수 있을까?’ 그리고 ‘당시 독립투사나 민중들의 목소리를 되살려 당시 항일음악을 원형대로 복원해낼 순 없을까?’ 또한 적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먼저 항일음악의 현대적 복원에는 단국대 동양학연구원과 중부대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큰 힘이 됐고 대전시립교향악단과 대전천문대어린이합창단, 지역 출신 가수들의 자발적인 협조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독립투사가 직접 부르는 항일음악’ 부분은 수퍼톤, 라이언로켓 등 AI기술 활용 음성 복원 기업들과 시도에 나섰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40분 분량의 당시 육성이 필요하지만 확보된 당시 육성이 10분에 불과해 미완의 프로젝트로 보류됐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100년 전 독립군의 당시 목소리로 힘차게 부르는 항일음악이 가능한 날이 올 거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이번 다큐를 계기로 항일음악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어서 빨리 아이들의 교과서에 항일음악이 실려 한민족이 어떻게 고통스러운 역사를 견뎌내고 오늘 이 자리에 도달했는지 어릴 때부터 체득하는 교육 체계가 갖춰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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