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5일 국정감사 데뷔전을 치렀다. 정연주 위원장 내정에 반대하며 5기 방심위 출범을 반년 가까이 지연시켰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연주 위원장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이제라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통위와 방심위 등을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방심위원장이 여기 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면서 “정 위원장은 노무현 정권 때 KBS 사장을 하지 않았나. 우리가 생각할 때 (정 위원장 임명은) 방심위를 장악해서 선거에 도움이 되려는 게 아닌가 한다. 방심위원장을 여당 선거운동원으로 앉히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정 위원장의 KBS 사장 재임 시절을 거론하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정 위원장이 KBS 사장에서 해임됐던 게 단순히 배임죄 때문이었겠냐”며 “방심위원장 내정에 우리 당이 많이 반대했는데, KBS에서 방송을 다뤄온 태도를 볼 때 절대 공정하고 중립적이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영식 의원은 정 위원장이 2019~2020년 오마이뉴스에 ‘한국 언론 묵시록’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들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특히 정 위원장이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자신의 글을 공유하며 쓴 ‘종편에 족쇄를 채우는 법’이란 제목의 글을 가리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런 분이 방심위원장을 맡으면 정상적 심의가 가능할까”라며 “정 위원장은 모든 종편 심의에서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편향성 지적에 대해선 “외부의 질책과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귀와 마음의 문을 열고 경청하고 마음속에 새겨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보도 심의 우려에 대해선 “대선 관련 심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선 보도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정 위원장 이상으로 편파성에 대해 강한 질타를 받은 건 이강택 TBS 사장이었다. 2019년 국정감사 때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이강택 사장은 이날 증인 자격으로 과방위 국감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의 고액 출연료와 편파방송을 문제 삼으며 김씨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야 간사 협의 과정에서 이강택 대표를 부르는 것으로 조정된 결과다. 과거에도 언론사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출석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제4조에 위배된다”며 증인 채택 자체에 불쾌감을 표했고, 한준호 의원은 이강택 사장을 향해 “왜 나왔냐”며 “이(출석) 자체가 좋지 못한 사례”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김어준씨의 고액 출연료로 서울시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며, ‘뉴스공장’ 정치인 패널도 양자토론을 제외하면 민주당 의원 일색이라며 편향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뉴스공장’이 TBS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김씨의 출연료가 많은 것은 타당하며, 정치인 패널 수도 여야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야당이 많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강택 사장은 ‘뉴스공장’을 “TBS의 삼성전자와 같은 역할”에 비유하며 “공정성을 더 많이 신경 쓰고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새로운 전통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