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완수란 당의 명분을 따를 것이냐, 국회 파행을 막고 정치적 부담을 더는 실리를 취할 것이냐. 민주당의 선택이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29일 본회의는 물론 그 이후 정국이 요동을 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합의 처리를 위한 ‘여야 8인 협의체’가 지난 26일 소득 없이 활동을 종료하고 27~28일 여야 원내지도부의 릴레이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29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핵심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배액배상제)와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에 대해 민주당은 반드시 사수를, 국민의힘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며 삭제를 주장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월1일부터 3주간은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29일 본회의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한 마지막 시한이 될 수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서 “현재 시점에서는 (국민의힘과)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사실상 내용협의는 어렵다”고 했고, 한준호 원내대변인도 “상정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단독 처리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거듭 촉구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언론·시민단체와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 “충분히 검토” 할 것을 주문한 바 있어 ‘강행처리’ 카드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9일 본회의 직전까지 막판 담판의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극적으로 ‘합의 처리’가 되더라도 누더기 수준의 법안을 졸속 입법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8인 협의체가 11차례 회의를 하는 동안 나온 수정안은 지난달 법사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보다 더 ‘개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고, 열람차단청구권 대상을 사생활 침해에만 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지난 17일 내놨다. 징벌적 손배 범위에 대해서도 손해액의 5배 이하라는 기존 안에 더해 최소 5000만원을 하한선으로 두는 추가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존 안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 개념을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로 확장하고, 고의·중과실과 관련한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전환하는 단서 규정을 두는 등 오히려 더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8일 논평을 내고 “최초 발의안, 상임위 통과안, 법사위 통과안이 각각 계속 바뀐 것도 모자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키겠다는 안도 이처럼 중대한 논의가 필요한 새로운 내용으로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이렇듯 구체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진 바가 없는 법안을 당장 본회의에 상정하고 통과시킬 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심히 결여한 졸속 추진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여야 원내지도부로 협상의 공이 넘어간 뒤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논의 중인지,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 등을 더더욱 알 수가 없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8일 “도저히 양보하기 어려운 그런 안까지도 제시를 해봤”다고 했지만, 그 내용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언론현업단체들이 양당의 논의를 “밀실협상”이며 “정치적 거래”라고 비판한 이유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현업 5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결국, 지금 진행되는 막판 협상은 (중략) 핵심 쟁점을 무시한 졸속처리 강행으로 흐를 명분만 만들고 있다는 의구심과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밀실 논의 및 법안 처리 절차 중단과 동시에 두 정당이 내놓은 협상안이 포함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문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전면적인 언론보도 피해구제와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대안을 만들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을 선언하라”고도 촉구했다. 5단체는 전날 ‘(가칭) 언론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며 “현재 시민사회, 법조계, 언론학계 및 언론현업단체 네 분야에서 각 4인씩 모두 16인으로 구성을 마쳤다”면서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표현과 언론의 자유 규제체제 전반에 대한 검토와 개혁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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