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사장 내정자 '프레스센터 재건축' 공약

[호반으로 넘어간 서울신문]
곽태헌 내정자, 경영계획서에 명시

  • 페이스북
  • 트위치

서울신문이 건설사를 새 사주로 맞을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실시한 ‘호반건설의 우리사주조합 지분 인수 제안’ 찬반 투표는 찬성률 57.84%로 통과됐다. 호반그룹과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4일 주식 매매 양해각서를 맺었고, 같은 날 양측이 추천한 곽태헌 전 서울신문 상무가 신임 사장으로 선출됐다. 다음달 8일 본 계약을 체결하면 호반은 서울신문의 대주주로 등극한다. 지난 2019년 6월 포스코 보유지분 19.4%를 사들이며 서울신문 경영권에 눈독을 들인 지 2년여 만이다.

호반, 우리사주와 주식 매매 MOU... 지주사 ‘서울미디어홀딩스’로 인수

호반은 서울신문 지분 19.4%를 보유한 호반건설이 아닌 ‘서울미디어홀딩스’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 29%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호반주택에서 법인명을 변경한 서울미디어홀딩스는 우리사주조합과의 주식 매매 양해각서 체결에서 협약 주체로 참여했다.


호반 측은 최근 인수한 전자신문과 EBN도 서울미디어홀딩스로 모으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희 호반건설 상무이사는 “서울미디어홀딩스는 호반건설이 100% 출자한 회사”라며 “호반건설이 직접 언론사를 가지는 것에 대한 외부의 안 좋은 시선이 부담되는 것도 있었다. 건설 쪽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 법인을 별도로 만들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우리사주조합과 호반은 양해각서를 통해 지분 인수를 위한 일정과 대금 지급 방식을 정했다. 호반은 우리사주조합 주식 중 매각에 동의하는 조합원들로부터 위임받은 주식을 매입하기로 하고, 호반은 주식 대금과 위로금을 포함한 매매 대금 600억원을 우리사주조합 계좌에 납부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오는 30일까지 매각 위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8일 호반과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매매 대금은 다음달 12일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양해각서 체결식 직후 열린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회의에선 곽태헌 전 서울신문 상무가 새 사장으로 선출됐다. 곽 사장 내정자는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이 추천한 인사로 △프레스센터 재건축 △강원도 고성 부지 리조트 개발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경영계획서에 프레스센터 재건축 조감도<사진>를 제시하기도 했다. 곽 사장 내정자는 경영계획서에서 “프레스센터가 서울 광화문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며 “서울시, 중구청, 코바코, 언론재단 등과 협의가 필요하고 절차도 복잡하지만 재원이 준비되는 대로 구성원 총의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호반 측 “서울미디어홀딩스에 전자신문·EBN도 같이 묶을 계획”

서울신문 차기 사장 선출은 한 차례 파행을 거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안용수 전 서울신문 부사장을 사장 후보로 밀었던 기획재정부와 KBS는 지난 24일 회의에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사추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기재부와 KBS가 처음 안용수 후보를 추천한 건 여러 사람을 최종 면접자로 올려보자는 취지였다”며 “면접 심사 과정에서 곽태헌 후보가 우리사주조합원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말했다.


호반의 서울신문 인수는 우리사주조합의 호반 지분 인수 무산으로 급물살을 탔다. 지난 4월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이 보유한 서울신문 주식을 180억원에 매입한다는 지분 매매 합의서를 호반건설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인수자금 마련 방안을 두고 조합원 개인별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며 호반 지분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이에 호반은 지난 7월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전량을 300억원에 매입하고, 구성원에게 특별위로금 21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역제안했다. 이후 우리사주조합의 ‘호반 협상 착수’ 동의 투표가 찬성률 56.07%로 통과돼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과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기재부와 우리사주조합이 1·2대 주주로 공적 성격이 강했던 서울신문이 사기업, 특히 건설자본의 소유로 정체성이 바뀌게 되는 시점을 앞두고 우려는 상당하다. 호반은 인수 과정에서 서울신문 구성원들이 요구한 편집인 임명 동의 투표, 기자가 사주와 경영진에 의해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사를 쓰거나 편집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등의 편집권 독립 조항을 거부했다. 또 사원 전직 배치 금지, 구조조정 및 노동조합과 사원들의 동의 없는 분사 금지 조항 단체협약과 사규에 적시 등 고용보장 방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편집권 침해 의도로 읽힌다” “고용보장 방안에서 나아진 게 없다”는 내부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5일 우리사주조합 투표에서 구성원 42.16%가 인수를 반대한 데서 보듯 호반에 대한 여러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문제 또한 남아있다.


우리사주조합은 오는 30일까지 개별 조합원의 매각 위임장 제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사내게시판 전산을 통해 받게 될 주식 대금과 위로금, 세금 정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호정 우리사주조합장은 “본 계약에 협상안 내용을 최대한 잘 담아내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고용 보장 방안도 본 계약에 담기도록 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