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한 아버지는 여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 상황의 그릇됨을 끝까지 물었던 것은 그의 친구였던 기자뿐이었다. 기자가 된 딸에게 아버지는 ‘문제가 있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 기자의 일’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 외국인 TRS(총수익스와프) 탈세 의심거래 보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4월,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던 CFD(차액결제거래)가 과세 대상이 됐다. 보완점을 살피던 중 CFD보다 폭이 더 넓은 상품인 TRS로 시선을 옮겼다. 취재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TRS 거래를 통해 최소 수천억대 세금을 내지 않고 있음을 파악했다. 국세청이 과세를 시도했으나 증권사들이 불복에 나선 사실도 알아냈다. 취재 끝에 과세 허점, 탈세 의심거래 규모, 세금 추정액 등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국인 탈세 의혹은 더 명확히 규명되어야 하고, 세금이 줄줄 새는 국내 세금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미국에서도 TRS를 이용한 탈세 사례가 있었다. 적발되기 전 미국 투자은행은 ‘이게 (탈세에) 최고’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법 정비가 이뤄진 상태다. 쿠키뉴스 보도 이후 국내 조세업계에서도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서 과세공백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묻고, 보도하겠다.
기획 단계부터 도움을 준 변호사 Tor.D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문제 개선을 위해 선뜻 도움 주신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님과 손민호 비서관님께 감사드린다. 좋은 취재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시는 쿠키뉴스 김지방 대표님, 송병기 선배, 김태구 선배께도 감사를 표한다. 끝으로 기자의 삶을 알려주신 박상돈 아저씨께, 그 삶을 지지해준 나의 아버지 고(故) 지의준님께 이 상을 바친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