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 정화 부실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신심범 국제신문 사회1부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신심범 국제신문 기자

외할머니는 생전에 ‘조선 놈들’ 욕을 많이도 하셨다. 정확히는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넌더리였다. “우리 조선 놈들 정말 못 살았다. 자존심 구기는 일도 먹고 살려고 하는 수 없이 전부 했다”며 옛 시절 생각에 치를 떨곤 했다.


이 레퍼토리에는 항상 미군이 언급됐다. 하야리아 부대 입초를 서고 있는 미군에게 동네 꼬마들이 다가가 “기브 미 쪼꼬레뜨”하면, 군인들이 씩 웃으며 미리 준비한 초콜릿을 나눠줬다는 바로 그 이야기다. 부대 주변에 형성된 판자촌과 기지촌, 미군 식료품을 얻어다 팔던 것이 이름의 기원이라는 국제시장까지 욕의 대상이었다. 할머니에게 미군 기지는 가난해서 부끄러웠던, 그러나 뭘 어찌할 수는 없었던 그 때의 기억을 소환시키는 공간이었다.


100년의 세월을 일제와 미군이 점유한 이 땅은 2014년 5월 부산시민공원이 됐다. 1990년대부터 우리 땅 되찾기 운동을 벌여온 부산시민의 성취였다. 미군이 그동안 흘린 기름 오염을 정화하고,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할머니에게 하야리아 부대가 사라지고 시민공원이 생긴 소감을 묻진 못 했다. 아마도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을 것 같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옛 시절이 청산됐다고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 할머니를 떠올리며, 기자는 이번 기사를 낼 때마다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시민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시민의 자부심이 담긴 이 땅에 여전히 미군이 흘린 기름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과거 정화 작업을 책임진 부산시는 직접적인 토양 조사를 미적거리고 있다. 시민공원이 현 시장과 당적이 같은 옛 시장의 치적 사업인 탓에 잘못을 건드리기 꺼려한다는 느낌이다. 착각을 거둬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시민공원은 시민이 땅을 되찾아 공원으로 일군 곳이다. 옛 치욕이 자긍심으로 승화한 공간이다. 시민을 생각한다면, 착각에서 비롯된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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