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연합뉴스 기사가 네이버·다음 포털 뉴스에서 사라졌다. 돈을 받고 쓴 기사형 광고를 마치 실제 뉴스처럼 포장해 수년 간 포털에 송출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32일 포털 노출 중단’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출범한 2015년 이래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다. 예상을 넘는 엄중한 징계에 연합뉴스의 충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그간 쌓아왔던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상당했을 테다. 그렇기에 제평위에 징계 수위를 일주일 줄여달라는 취지의 재논의를 요청했겠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10일 재논의한 결과 징계 수위는 기존 그대로인 32일로 확정됐고, 연합뉴스는 반성보다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보려는데 급급했다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떠안게 됐다.
연합뉴스의 실책은 사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기사 형태로 상품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연합뉴스의 방식은 질이 나빴다. 신문법은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편집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제평위 또한 ‘보도자료는 포털의 뉴스 영역에 송출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에서 ‘광고’라는 문구를 빼고 기자 바이라인을 넣은 후 포털의 뉴스 영역으로 내보냈다. 뉴스로 보여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광고를 실제 기사로 착각해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를 속이는 명백한 기만행위다.
물론 기사형 광고가 연합뉴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합뉴스가 제평위 제출 자료에 쓴 것처럼 “해묵은 일로, 한국 언론에서는 관행처럼”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이번 징계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도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연합뉴스만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연합뉴스는 해마다 300억원이 넘는 정부구독료를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다른 매체와 차별화되는 공적 책무가 요구된다. 그런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로 벌어들인 돈이 한 건에 23만8000원, 연간 2억원 수준이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공적 역할 수행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등지고 푼돈 벌이에 나선 셈이니 더욱 참담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국가의 예산을 받아 국민의 알 권리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공영통신사가 자사의 수익 추구에만 몰두하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더욱 방해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연합뉴스가 하루빨리 공영통신사의 본질인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연합뉴스의 공공성 회복은 최근 수년 간 연합뉴스를 둘러싼 숱한 논란을 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연합뉴스는 포털 뉴스 생태계가 무르익는 과정에서 주요 뉴스 유통 공간을 차지하는 수혜를 누리며 급속히 영향력을 키웠지만, 거대해진 영향력을 주로 신문사·방송사 등 뉴스 소매상과의 조회수 경쟁에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쟁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속보·선정적인 보도를 일삼고 실수·오보를 남발해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건 더욱 큰 문제다.
우리는 연합뉴스가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 삼아 공적 기능을 회복하길 바란다. 때마침 새로운 수장도 선출됐다. 성기홍 신임 사장은 구성원들에게 “이번 사태를 그동안 놓쳤던 것들, 보지 못한 것들, 듣지 못한 것들, 행동하지 못했던 것들을 살펴보고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진정한 혁신’을 독려했다. 연합뉴스가 공공성을 중심에 둔 진정한 혁신에 성공해 국민·언론계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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