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기자협회보는 언론인 지망생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서울 소재 대학 언론고시반 학생,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 대학생 인턴기자 출신 등 100명을 면접·이메일로 조사한 결과 입사를 가장 희망하는 방송사로 MBC가 꼽혔다. 100명 중 41명이 MBC를 선택했다. 당시 MBC는 방송장악 논란과 장기간 파업의 여파로 사내 갈등, 신뢰도 추락 등의 위기를 겪고 있었으나 언론인 지망생들은 여전히 ‘매체 영향력’, ‘처우’, ‘닮고 싶은 선배’ 등을 이유로 MBC에 입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2위는 KBS(30명), 3위는 SBS(20명)로 지상파 3사가 전체 응답의 90%를 차지했다. 당시는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종편 4사에 보도전문채널까지 선택지가 많아진 지금 다시 조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언론사 유형별로는 신문보다 방송 쪽이 인기가 많았다. 조사에 응한 언론인 지망생 중 기자직 지망은 67명이었는데, 신문(23명)보다 방송(44명)을 더 많이 선호했다. 입사를 희망하는 신문·통신사로는 14명(20.9%)이 중앙일보를 꼽았다. 연합뉴스와 한겨레가 각각 11명(16.4%)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동아일보(9%), 조선일보(6%), 경향신문(3%) 순이었다. 선호 이유로는 ‘매체 영향력’과 ‘논조나 지향점이 일치하기 때문’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으로는 손석희 당시 성신여대 교수가 14표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퇴사 결정을 한 김태호 MBC PD와 고(故) 리영희 선생, 정연주 전 KBS 사장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에도 언론사 공채 방식에 대해선 불만이 높았다. 특히 서류전형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한 기자 지망생은 “일률적으로 토익, 학점, 한국어점수 등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양한 출신과 배경, 능력을 가진 언론인의 등장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면접에서 부당한 일을 당한 사례도 많았다. “아버지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느 대학 출신인가”, “여자인데 왜 PD를 하려고 하느냐. 작가나 하지”, “전라도 출신이라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같은 말을 면접관이 대놓고 했다니, 불과 9년 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언론사의 채용 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채용 성차별 역시 일부 언론사에선 여전히 유효한 문제 제기다. 2021년, 다시 같은 조사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응답을, 어떤 현실을 마주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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